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에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고령층 인력 활용과 함께 일·가정 양립 제도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3%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24.2%였고 ‘아니다’라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 기업들은 이대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유지될 경우 평균 11년 이내에 인력 부족이나 내수 기반 붕괴 등과 같은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위기 도래 시점을 5년 단위 기간으로 살펴보면 6∼10년이라는 답변이 42.7%로 가장 높았고 11~15년(25.6%), 16~20년(13.4%), 1~5년(12.2%) 순이었다.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저출산 현상에 따라 10년 이내에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가장 큰 우려로 응답 기업의 45.8%는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 어려움(15.0%)’ 순으로 답했다.
정부의 빠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응답(35.0%)이 가장 많았다. ‘고령층 취업 기회 확대(29.2%)’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24.2%)’를 우선시해야 할 정책으로 꼽은 기업도 각각 20%를 웃돌았다. ‘취업비자 발급 요건 완화 등 외국인 고용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7.5%)’는 기업도 있었다.
일·가정 양립 제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로는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41.7%)’을,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4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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