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맞벌이하는 아내가 내게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함께 살던 장인어른이 거동이 불편해지신 이후 집에만 계셔 걱정이 많았는데 요양 등급을 받아 집 근처 노인복지관의 주간 보호 서비스를 받게 돼 한시름 덜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 밤을 새워 가며 법을 만든다더니 이제 혜택을 보게 됐다며 기뻐했다.
2005년 필자는 노인요양제도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수년간의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법령을 만들던 시점이었다. 법안을 만들고자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3주간 밤을 새워가며 노력한 끝에 노인수발보험법을 마련했다. 이후 입법 예고한 노인수발보험법이 국회 논의를 거쳐 지금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해외 역사를 살펴보자면 독일이 1995년 ‘수발보험’을 통해 가장 먼저 시행했다. 2000년 일본에서 ‘개호보험’이 개시됐고 2008년 우리나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08년 498만 명에서 1000만 명에 이르는 동안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도 21만 명에서 109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장기요양기관 또한 8318곳에서 2만 8366곳으로 확대됐다.
‘이용자 및 가족 만족도’가 88%에 이르는 등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궤도에 오르고 있지만 도입 16년 만에 노인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1000만 명을 돌파하고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장기요양 서비스의 다양화 및 서비스 질 개선을 목표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맥이 닿아 있다.
제3차 기본계획에 따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사는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중증 수급자 대상의 재가 서비스 시간이 늘어난다. 또 돌봄으로 지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 확대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의료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재택의료센터를 올해 전국 95곳에서 2027년 2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방문요양·방문간호·주야간 보호센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통합 재가 서비스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들도 개인별 특성에 맞게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한국형 유니트케어’도 도입하고자 한다.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올해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이 의무화됐다. 숙련된 요양보호사를 선임요양보호사로 승급하고 장기근속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 요양 서비스의 질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 노인장기요양보험법 1조에 담긴 제도의 목적이다. 2005년 법 제정 당시 이 짧은 문구를 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기억이 떠오른다. 개인·가족 차원의 효도를 사회적 효도로 전환하며 노인 1000만 시대에 목적과 취지대로 잘 기능하고 있는지를 이따금 자문하곤 한다.
입안자의 초심을 잊지 않고 성숙한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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