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달 대비 1.1% 상승했던 소매판매가 4월에는 -1.2%로 돌아섰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깜짝 성장에도 2분기가 시작되는 첫 달의 소비가 좋지 않은 것이다. 특히 승용차와 통신기기, 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5.8%나 빠졌다. 최근 6개월간 계속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년 동월 기준 소매판매는 하락세”라며 “내수가 수출 회복세에 미치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2분기 GDP 성장률이 부진할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표를 보면 실질소득은 하락한 상태”라며 “부가세가 증가한 것은 고물가로 인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이는 서비스 소비를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 생산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서비스 생산이 4월에 소폭(0.3%) 늘었지만 전 산업 생산 증가율(1.1%)보다는 부진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도소매업(1.7%)과 운수·창고업(1.3%)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보건·사회복지(-2.5%), 숙박·음식업(-2.1%) 등이 하락한 탓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 확대가 상품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내수는 계속 긴장하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중심으로 국세수입이 급감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딘 소비 회복에 앞으로도 세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1~4월 누적 법인세수는 22조 8000억 원으로 2년 전(51조 4000억 원)의 44.4%에 불과한 수준이다. 4월 세수진도율은 34.2%로 최근 5년 평균(38.3%)보다 4.1%포인트 낮았다. 부가가치세 수입이 4조 4000억 원 증가하며 국세수입 실적 감소 폭을 줄였지만 내수 흐름이 심상치 않아 올해도 세수 펑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수 급감의 주범인 법인세수가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해 법인 실적이 상당히 악화된 데다 많은 기업들이 3월에 내는 분납분을 줄였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법인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지주들의 세무상 이익이 감소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수출 주도 기업들도 지난해 영업손실로 인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우 교수는 “법인세는 12월 말 결산을 마친 법인들이 3~5월에 한 차례 납부하고 이후 8~9월 중간예납을 하는 구조”라며 “통상 4월 법인세수 진도율은 45% 내외”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올해 4월 법인세수 진도율은 29.4%에 불과하다”며 “세수 펑크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역시 “편성된 예산만큼 세금이 들어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예산 총수입을 367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법인세는 77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
세수의 경우 법인세 이외 부분도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1~4월 누계 기준 상속증여세와 증권거래세 수입은 각각 6조 원, 1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소득세수는 4000억 원 줄었다. 다만 부가세수는 40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2% 증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