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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5배' 그물 펼쳐 석유·희토류 찾는다

■지질자원硏 '탐해3호' 타보니

세계 최대 수진기 등 장비만 3400톤

이달 서해 시작으로 태평양·북극 누벼

탐해 3호. 사진 제공=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물리탐사연구선 ‘탐해 3호’는 여의도 면적의 1.5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진기를 자랑합니다. 6월부터 탐사에 들어가 태평양과 북극해 등 해저에 묻힌 석유와 천연가스, 희토류까지 찾아낼 예정입니다.”

지난달 23일 부산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소형 어선에 타고 30분을 이동해 승선한 탐해 3호의 선내는 흡사 격납고 같았다. 선내에는 미사일처럼 생긴 장비가 가득했고 자동차 바퀴 타이어 같은 냄새가 진동했다. 특히 노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20m 길이의 원통형 장비들이 시선을 끌었다. 바닷속에서 탄성파라고 부르는 강력한 음파를 방출하는 일종의 음파 폭탄 ‘에어건’이다. 에어건에서 방출된 음파가 해저에 부딪힌 후 반사돼 다시 해수면으로 올라오면 승선한 연구원들이 이 신호를 분석해 지질 구조와 자원 유무를 알아낸다.

지난달 23일 부산 인근해의 탐해 3호 선내에 보관된 에어건 장비. 부산=김윤수 기자


반사파를 수신하는 또다른 핵심장비 ‘수진기’는 사람보다 큰 거대 도르래 여러 대에 칭칭 감겨있는 줄이었다. 6㎞ 길이, 총 여덟 가닥을 100m 간격으로 해수면에 펼치면 4.2㎢ 면적, 120톤 무게에 달하는 ‘레이더 그물’이 된다. 수진기의 면적이 해저를 한번에 훑어볼 수 있는 탐사면적(커버리지)을 결정하는데, 탐해 3호는 세계 최대의 커버리지를 자랑한다. 최윤성 지질연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규모가 크다보니 수진기 한 줄을 펼치는 데만 8시간, 여덟 줄을 차례로 모두 펼치는 데는 일주일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화물들은 직접 해저까지 가라앉혀 신호를 정밀 측정하는 장비 ‘해저면 노드형 수진기(OBN)’를 보관 중이었다. 한 대는 지름 50㎝ 원반 모양으로 크지 않았지만 실제 탐사에서 총 400대나 동원돼 컨테이너 부피도 상당했다. 크고 작은 컴퓨터 화면으로 가득 찬 사이언스랩은 수진기 신호를 직접 분석하고 자동 항해를 관제하는 역할을 한다.

탐해 3호에 감겨진 채 보관 중인 수진기 줄. 사진 제공=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탐해 3호는 이를 포함해 모든 층에 수진기, 에어건과 이를 치렁치렁 감은 손바닥 한뼘 굵기의 거대 쇠사슬, 그외 탐사를 보조하는 장비, 전선과 파이프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높이만 아파트 3층에 맞먹는 9m, 길이는 92m나 되는 크기에도 선내가 넓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 이 배는 전체 6862톤 중 절반 이상인 약 3400톤이 장비 무게이며 적정 승선원은 40~50명에 불과하다. 한번 출항하면 한두달을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하는 만큼 개인 화장실이 딸린 2인용 숙소와 사우나 같은 각종 편의시설, 엘리베이터까지 갖췄다.

탐해 3호가 수진기 8줄을 모두 펼친 모습과 배의 탐사장비들. 사진 제공=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탐해 3호는 지난 27년 간 해저 탐사를 수행하다가 지난해 말 퇴역한 2호의 임무를 이어받는다. 무게는 3배, 음파 세기는 1.5배 커진 데다 4m 높이의 파도와 해빙에도 버티는 내구성을 새로 갖춰 더 정밀하고 안정적인 임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질연은 이달 서해 군산분지를 시작으로 국제 협력을 통해 동해, 태평양, 북극해 등을 차례로 탐사하고 자원과 탄소 저장소 발굴, 과학 연구 등 임무에 나선다. 특히 첫 임무지역인 군산분지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매장할 최적의 장소를 찾아 국가 탄소중립 계획에 기여할 방침이다. 비슷한 탐사선이 내년에 퇴역하는 미국도 태평양 섭입대의 과학탐사에 협력하자고 지질연에 요청한 상태다.

지난달 23일 부산 인근해의 탐해 3호 선상. 부산=김윤수 기자


정부는 탐해 3호를 만드는 데만 예산 1678억 원과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 시점부터 따지면 1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자원빈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해외 자원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질연의 설명이다. 특히 태평양 등의 공해(公海)는 탐사 기술만 있다면 먼저 해저 자원을 찾아 에너지 기관·기업과 손잡고 채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위기의식에 먼저 만들어진 탐해 2호는 1997년 취항 후 매년 150일 이상을 탐사하며 국내와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자원 개발에 기여했다. 특히 2007년 동해 울릉분지 탐사를 통해 이곳을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미래 에너지원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세계 다섯 번째 매장지로 공식 확인하고 실제 채취해낸 것도 탐해 2호의 성과다.

지난달 23일 부산 인근해의 탐해 3호에 마련된 선원용 숙소. 부산=김윤수 기자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탐해3호가 공식 취항함에 따라 한국은 해저 자원탐사, 탄소 포집·저장(CCS),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개발(R&D) 등 국가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최첨단 연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며 “우리의 해저자원 탐사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과학기술 국가대표급 ‘바다 위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부산 인근해의 탐해 3호. 사진 제공=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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