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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3대 문화예술 집약…호암미술관에 뜬 '백제의 미소' 6만 명 봤다

'연꽃처럼' 전시 관람객 6만 돌파

3대 걸친 '노블리스 오블리주' 눈길

전시 5번이나 직접 찾은 이재용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 전시 중인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 사진제공=삼성




“1400년 전 ‘백제의 미소’는 지금 아니면 다시 보기 힘들 겁니다.”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의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의 관람객이 폐관 10여 일을 앞둔 4일 6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전시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미술 사랑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축약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호암미술관이 대대적으로 재개관한 후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세계 최초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수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을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 중 ‘백제의 미소’라는 별칭을 가진 금동관음보살입상은 백제시대 유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전시됐다. 외국 개인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가 아니면 다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호암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13세기 고려 나전칠기의 정수로 꼽히는 나전국당초문경함도 전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호암미술관은 전 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불화·불상·공예 등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만 47건에 달한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한두 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러 컬렉션에 걸쳐 수십 점을 해외에서 모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위해 전시 기획과 실행에만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전시를 기획하는 데에는 삼성가(家)의 3대를 잇는 남다른 미술 사랑이 큰 몫을 했다. 호암미술관의 개관 자체부터 이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이 기반이다. 해외에 유출되고 흩어져 소멸될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 문화의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조지윤 삼성문화재단 소장품연구실장은 “이 창업회장은 문화재단을 삼성그룹과 운명을 같이하는 조직으로 운영하고자 했다”며 “현재까지 문화재단의 주 운용 수입원이 배당금일 정도로 많은 주식을 받았는데 이는 그룹 내 많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실천하기 위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가운데) 삼성 선대회장과 홍라희(왼쪽 두 번째) 관장 등이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을 알리는 점등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 선대회장의 예술 애호가적 면모도 유명하다. 그는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는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 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에 대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한다.

이런 영향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다시 돌아오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궁중숭불도·자수아미타여래도 등이 작품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이 회장도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만난 주요 외빈과 함께 이번 전시를 5번이나 관람했다고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했다”며 “함께 방문한 일행들에게 작품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에 전시 중인 불교 미술품 전경. 사진 제공=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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