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투자자로서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030200))의 민영화를 도왔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KT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서비스 협력 파트너로 다시 만났다. 당시는 MS가 KT에 재무적인 도움을 줬다면 이번엔 기술·서비스 분야에서 힘을 보탠다. KT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MS와 손을 잡은 만큼 국내 AI·클라우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김영섭 대표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AI·클라우드·IT 분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KT와 MS는 앞으로 클라우드·AI 분야 혁신 파트너로서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 확보만이 아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력까지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MS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T는 MS의 기술을 활용해 공공부문과 금융 분야에 특화된 소버린 클라우드·AI’개발에 나선다. 소버린 클라우드·AI는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독립적인 서비스로, 국가나 기업의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조되고 있다. 앞서 2월 김 대표는 KT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믿음'과 여러 LLM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 LLM'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MS와의 협력을 통한 소버린 AI 개발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KT는 기존 믿음 역시 특정 산업에 특화된 '소형 LLM(sLLM)'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KT와 MS는 AI·클라우드 연구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형 AI·클라우드·IT 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아울러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과 산업 육성의 근간이 될 AI·클라우드 인재도 함께 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공동 기금 마련 등을 통해 한국 AI·클라우드 시장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MS는 2002년 초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부는 공기업이었던 KT에 대한 민영화를 진행하려는 목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정부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MS가 5억 달러 규모 투자를 결정해 KT의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후 양사는 사업 협력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KT와 MS의 AI·클라우드·IT 협력 파트너십 체결은 민영화 당시의 투자 유치 때보다 더욱 구체적인 협력 성과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AI·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등 국내 최대 IT 인프라를 보유한 KT와 전 세계 AI·클라우드 산업을 선도하는 MS가 만났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KT가 전 세계 생성형 AI 분야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오픈AI와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MS는 오픈AI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향후 오픈AI가 한국에서의 서비스 확대 혹은 신규 출시 과정에서 KT가 데이터센터 등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 대표는 "MS와 전방위적 협력으로 시장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한국의 디지털 혁신에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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