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전 참여 측에 ‘인수 후 영업자금 조달’ 관련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키를 쥔 EC가 깐깐하게 들여다보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항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EC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EC는 본입찰에 참여한 저비용항공사(LCC) 3곳에 이번 주까지 인수 후 영업자금 조달 계획 등의 자료를 다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매각 과정에서 인수합병(M&A) 뒤에 잘 운영이 될지, 운전자금 조달이 원활할지 등을 참고로 하지만 이 같이 자금 조달 증빙을 요청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업황 자체가 환율·유가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고 지속적으로 자본적지출(CAPEX)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쟁 심화 여파로 인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52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4% 줄었다.
원매자들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투자확약서(LOC) 대신 투자의향서(LOI) 정도를 제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화주 계약 승계가 불확실한 만큼 화물 항공운송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까다롭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가는 5000억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LCC 3곳 모두 엇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대한항공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적투자자(FI), 최고경영자(CEO)들을 따로 만나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우협 선정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본입찰이 4월 25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미 한 달 남짓 지났다. 본입찰 이후 보통 2주 전후로 우협이 결정되는 일반 매각 과정보다 훨씬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입찰에는 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등 3곳이 참전했다.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펀드(MBKP SS). 파빌리온PE가 컨소시엄을 이뤘다. 장거리 화물운송 사업 경험이 있으나 자체 화물 전용기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PE가 인화정공,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라이빗에쿼티(PE), 신한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맺었다. 항공화물 전용 LCC라는 강점이 있으나 단거리 지역만 운행했다.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가 독자적으로 나섰고 인수금융은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에서 받기로 했다. 오랜 업력과 가장 큰 규모에도 화물운송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