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업체들이 서늘했던 5월 날씨에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이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를 예보한 것과 달리 5월까지는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져 에어컨 등에 대한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은 인공지능(AI) 기반 신기능을 앞세워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23.7도로 지난해(25도)에 비해 1도 이상 낮았다. 지난해에는 5월 중순에 이미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겼지만 올해 5월 서울에서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 날이 하루도 없었다. 불볕더위로 잘 알려진 대구 역시 올해 5월에는 최고기온 30도를 넘기는 날이 이틀에 그쳤다.
황사 일수도 현저히 적었다. 서울의 5월 황사 일수는 2021년 5일, 지난해 3일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단 하루에 그쳤다. 다른 지역에서도 황사 일수는 없거나 하루 수준이었다.
예상 밖의 ‘선선한 초여름’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제습기 등 계절 가전 판매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한여름에 접어들면 배송 지연이 우려되는 계절 가전 특성상 3~5월에 사전 주문을 하는 소비자 구매 패턴이 최근 몇 년에 걸쳐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컨은 계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가전이다. 일례로 2017년 폭염이 이어지자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연간 250만 대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54일간의 긴 장마가 이어진 2020년 여름과 서늘한 여름으로 꼽히는 2021년에는 연간 에어컨 판매 대수가 200만 대 수준으로 주춤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올해 5월은 유독 덥지 않고 미세먼지도 별로 없어 에어컨 등 계절 가전 판매가 특수를 못 누리고 있다”며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여름을 앞둔 경우 예약 판매 물량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에어컨 구매 수요가 느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예상보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가전 양판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름 특수 기간에도 매장별 에어컨 물량 확보 대란이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계절 특수가 주춤한 이때 가전 기업들은 신형 제품에 탑재한 각종 AI 기능을 통해 교체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스탠드형 AI 에어컨 ‘비스포크 AI 무풍에어컨 갤러리’에 음성인식 AI 서비스 빅스비를 적용했다. 리모컨 없이도 원격제어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AI 스마트 케어를 적용한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를 선보였다. 사전에 공간 배치를 설정해두면 매번 별도의 조작 없이 AI가 공간을 분석해 자동으로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조절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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