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 유출로 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카카오(035720)에 대해 “행정처분을 따르라”고 압박했다. 개인정보위가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한 카카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오픈채팅 사안을) 개인정보 유출로 처분했는데도 카카오는 아직까지 가만히 있다”며 “행정처분에 따르고 난 다음 법적으로 다퉈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달 23일 오픈채팅에서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책임을 물어 카카오에 151억 4196만 원의 과징금과 7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할 것을 시정 명령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유출된 정보만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에 개인정보위가 카카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재반박에 나선 것인데, 규제 당국이 다시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개인정보위와 카카오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회원일련번호를 개인정보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개인정보위 조사에 따르면 해커는 카카오가 사용 중인 회원일련번호를 매개로 삼아 휴대폰 번호 등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정보를 파악했고, 이를 유통·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위는 카카오가 개인정보인 회원일련번호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카카오는 “회원일련번호는 숫자로 구성된 문자열로서 어떤 개인정보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차량마다 지정된 고유번호인 ‘차대번호’를 개인정보로 본 법원 판결을 예로 들면서 “개인정보라는 개념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회원일련번호가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것은 개인정보 개념이 바뀐 현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카카오가 유출 사실을 인지한 후 신고·통지의무를 위반했는지’다. 최 부위원장은 “카카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사실을 신고한 것이고 개인정보위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은 신고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확인된 피해자 696명 개개인에 대해서도 개별 통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카오가 “상황을 인지한 즉시 관련 기관에 선제적으로 신고하고 전체 이용자 대상으로 서비스 공지를 게재했다”고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공방이 격화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개인정보위의 재반박을 확인한 후에도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개인정보위의 규제 기조가 강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기업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처분에서 개인정보위가 해커의 범죄 행위까지 카카오의 과실로 해석한 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해커의 불법 행위까지 기업의 책임으로 보는 이번 개인정보위의 판단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라며 “과징금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어 업황 축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정보위의 국내 기업 과징금 규모는 LG유플러스(68억 원)→골프존(75억 원)→카카오(151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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