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달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서울대병원장이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대정부 강경 투쟁 찬반 투표 결과를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발표하고 집단행동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이 마무리되고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 수리 및 행정명령 철회를 발표했던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다시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9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7일 서울대병원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무기한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주기를 부탁한다”며 “이번 결정이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환자 진료가 중단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김 병원장은 “특히 중증 환자와 암 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울대병원이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병원장으로서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이번 결정은 동의하기 어렵고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며 “휴진을 통한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한다. 이러한 형태의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와의 반목을 심화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입장문에서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수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고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입장문에서 “환자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이라며 “의료 현장을 떠난 의대 교수들을 즉각 해직하고 양심적인 의사들로 새롭게 교수진을 꾸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와는 별개로 의료계의 강경 투쟁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의협은 4일부터 이날 자정까지 회원 12만 9200명을 대상으로 대정부 강경 투쟁 찬반 투표를 진행한 가운데 이날 정오 기준 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 올 3월 임현택 회장이 당선될 당시 투표율이 33% 선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투표에 참여한 의사들 대부분이 강경 투쟁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 이외 다른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참여할지 관심이다. 전국 20개 의대 소속 교수들이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 투표 결과에 따라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개원가에서는 ‘날짜만 달라’는 분들도 많고 어떻게든 선배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고 계신다. 각 대학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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