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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디지털 전환, 기술보다 사람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사진=한국무역협회




디지털 전환(DX)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포춘 500대 기업 대다수와 글로벌 기업의 80%가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연초 CES 2024에서는 인공지능을 전기와 같은 범용 기술로 선언했을 정도다. ‘모든 기업은 디지털 기업이다’는 주장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디지털 전환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은 매출 성장, 비용 효율화, 신사업 개발 등의 달콤한 성과를 누리며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통 공룡 월마트의 부활, 스타벅스의 매출 신장, 지멘스의 제조 헤게모니 강화는 모두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전환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복수의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이니셔티브 가운데 70~80%는 실패로 끝났다. 디지털 기반 기업들의 성공률은 대체로 40% 정도고 제조업 또는 전통산업 부문에서는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16%만이 성과를 유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도한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시행착오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신기술의 범람 속에 혁신 레이스에서 뒤처지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조급함에 전략과 프로세스를 가다듬지 못한 것이 대부분의 실패 원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기업들이 ‘기술’ 도입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람’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수행하는 복합적인 업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면 구성원들의 피로감과 변화에 대한 저항만 키우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기술 수용성을 높이지 못해 십중팔구 실패로 이어진다.

디지털 전환에서 ‘기술’이 변수(變數)라면 ‘사람’은 상수(常數)다. 사람이 혁신의 주체가 될 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고 업무에 융합해 프로세스, 기업문화, 그리고 기업의 DNA까지 바꿀 수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사람에게 기술 이상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기업 내부의 인력을 디지털 문해력을 갖춘 디지털 시티즌으로 육성하는 것이 포인트다. 스마트폰 다루듯이 디지털 기술을 편안하게 느끼는 기업문화로 탈바꿈할 수 있다면 성공의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인력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스펙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 협업,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스킬 중심의 채용 방식으로 전환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대규모 디지털 인력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 부담을 크게 덜어줄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추진에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금년부터는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융합형 인력양성으로 확대되고 있어 기업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범국가적으로 긴 안목을 가지고 디지털 인력 양성과 확산을 위한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 할 때다.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면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성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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