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시황 악화 속에 국내 철강 업체들의 재무 부담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처럼 대형 기업들은 아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지만 자체 고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하공정 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현금 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내놓은 이슈산업점검에서 “재무 안정성이 낮은 하공정 철강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둔화 속에 중국산 수입재 확대로 당분간 업황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 금리가 인상돼 중소형 철강사 경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등 대형 기업들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국내외 자회사들이 잇달아 대대적인 미래산업 투자에 나서면서 채무 보증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업인 철강업에서 현금을 벌어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와 합작으로 세운 크라카타우포스코에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최근 7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차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신용등급은 ‘BBB-’로 높지 않지만 포스코의 신용도를 등에 업고 강력한 매수 수요를 이끌어내며 발행금리(3년물 기준 6.375%)를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