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강(쇳물) 생산량이 14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진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며 강재 재고가 빠른 속도로 쌓이면서 철강사들은 쇳물 생산량 조절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1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2122만 톤으로 201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철강사들의 포항 소재 제철소의 생산 중단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1~4월·2235만 톤)보다도 100만 톤 이상 적다. 코로나19로 산업계가 사실상 마비됐던 2020년(2202만 톤)과 비교해도 낮다.
올 들어서도 조강량 감소세는 계속 중이다. 4월 생산량은 지난해 4월(568만 톤)보다는 10% 이상, 3월(529만) 대비로는 20만 톤 줄어든 509만 톤이었다. 업계에서는 5월 조강 생산량 역시 감소해 마의 400만 톤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월간 기준 조강 생산량이 400만 톤대를 기록한 것은 포스코 등 포항 제철소들이 생산을 중단했던 2022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 뼈대 등에 사용되는 철근의 반제품 ‘빌릿’을 주로 생산하는 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4월 154만 톤으로 지난해 190만 톤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건설 산업의 강관·구조에 쓰이는 열연과 건설용 후판으로 제작되는 ‘슬래브’를 생산하는 고로 생산량 역시 354만 톤으로 6% 이상 감소했다.
이렇게 철강사들이 자발적 감산에 나서는 것은 건설 경기 악화가 올해 심화되면서 관련 철강 제품이 팔리지 않은 채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등 전방 산업의 업황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에 저렴한 철강 수입품까지 증가하는 실정"이라며 “철강사들 입장에서는 철근·열연 등의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마냥 지켜보기보다는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도 조강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인 철근의 재고량은 올해 4월 기준 64만 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 4000톤 대비 36% 늘었다.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내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실제 올해 4월 내수 판매량은 70만 9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5% 감소했다.
건축 시 강관 구조 등에 쓰이는 열연강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4월 재고량은 89만 3000톤으로 판매량(84만 1000톤)보다 남아 있는 물량이 더 많다. 국내 제철소의 한 관계자는 “호황기는 물론 예년과 비교해도 슬래브(열연의 반제품) 재고가 많이 쌓여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판 역시 내수 판매가 10% 이상 줄어들면서 재고는 20% 더 쌓여 있다.이에 철근 유통 업체는 철강 업체로부터 톤당 약 90만 원에 구입한 철강 제품을 약 7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손해 보는 장사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 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이달부터 인천 전기로 공장을 밤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연간 220만 톤의 철근을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로 생산량이 약 3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체절은 인천공장 전기로 대보수를 2월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당진공장 전기로 라인을 대상으로 대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철강 업계 큰형인 포스코는 최근 임원들이 주 5일제 근무로 복귀했다. 전 임직원에 격주 간격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지 4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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