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반도체와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에 2027년까지 10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육성 기본 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2027년까지 주요 첨단산업에 550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계획 중”이라면서 “산은은 이 중 100조 원 수준의 시설 자금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정부가 앞서 발표한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대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국고채 수준으로 금리를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AI 산업 지원을 위해 ‘AI 코리아 펀드’를 새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강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정부 출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산은은 재무구조를 고려해 통상 자본금의 10배가량을 대출한다. 강 회장은 산은의 자본금이 법정 한도에 다가선 만큼 한도 인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상 산은의 자본금 한도는 30조 원인데 현재 자본금이 26조 원에 달해 추가 출자를 받을 수 있는 여력이 4조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 자본금 한도를 60조 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산은의 정부 배당을 유보해 정책자금 지원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은이 매해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 몫을 배당에 쓰다 보니 자체적으로 자본금을 쌓기 어려워 외부 수혈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산은은 지난해 2조 5000억 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지만 정부 배당으로 8781억 원을 썼다. 전체 순이익 중 35%가 정부 배당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강 회장은 “산은이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현금 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 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영호남 지역 투자를 전담할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의 부산 이전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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