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코로나19 고용 절벽이 있던 2021년 2월 이후 최소 폭을 기록했다. 전달 일자리가 약 26만 개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증가 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조사 기간 휴일과 날씨가 겹친 탓”이라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더딘 내수 회복에 고용이 감소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91만 5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 2월(-47만 3000명) 이후 최소다. 올 들어 취업자 증가 수는 △1월 38만 명 △2월 32만 9000명 △3월 17만 3000명 △4월 26만 1000명 등으로 편차가 크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4만 7000명) △도매 및 소매업(-7만 3000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6만 4000명) 등 내수와 관련 있는 업종의 감소 폭이 컸다. 실업자는 88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7000명 증가했다. 2021년 20만 1000명이 늘어난 뒤로 최대 폭 증가다. 지난달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8만 명)을 능가했다.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역시 1년 전보다 11만 4000명이나 급감했다. 이는 2018년 9월 11만 7000명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내수 경기 부진이 자영업자 일자리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반등하기보다는 추가로 둔화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청년층과 40대 취업자 감소 폭도 컸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만 3000명 줄면서 2021년 1월 31만 4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40대 취업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11만 4000명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15~64세 취업자가 21만 6000명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이 29만 6000명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그나마 5월에 8만 명 증가를 만든 셈이다.
정부는 고용 조사 기간에 공휴일인 석가탄신일(5월 15일)이 끼어 있던 탓이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는 “(휴일이 있으면) 단시간 근로자는 취업 시간이 줄어 미취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돼 취업자 증가 폭이 일시적으로 축소됐던 사례는 과거에도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강수일수가 많아 농림어업 고용이 부진했던 점도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농림어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만 4000명 줄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드 소비 동향 등을 살펴봤을 때 소비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가 없다”며 “한 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 정확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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