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1년 만에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국가로 복귀한다. 정부는 국제 노동 사회로부터 우리나라의 노동권 신장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제112차 ILO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내 한 호텔 미팅룸에서 고용부 기자단을 만나 “21년 만에 (우리나라가)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단독 (후보 추천) 통보가 되기로 결정됐다”며 “과거 정부의 ILO 핵심 협약 비준, 현 정부의 약자 보호, 사회적 대화, 노동 개혁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핵심 협약 3개를 비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ILO 10개 핵심 협약 중 9개를 비준한 국가가 됐다.
15일쯤 최종 결과가 나오는 ILO 의장국은 ILO 회원국들이 우리나라를 이사회 의장을 배출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ILO 이사회는 ILO 예산과 활동에 대해 심의·감독을 비롯해 총회 의제, 위반국 제재 등 다양한 사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되면 의장은 윤성덕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2024년 6월부터 1년 간 의장 역할을 맡는다.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2003년 ILO 의장을 맡은 이후 21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정 전 대사의 의장 선출에 대해 국제 노동·외교 무대에서 발언권 강화를 기대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의장은 (ILO를 구성하는) 나라별 노사정(노동계·경영계·정부)의 다른 생각을 조정, 조율, 중재하는 어려운 자리”라며 “영국을 비롯해 여러 회원국이 ‘노사 관계가 선진적인 한국에서 의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의장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올해 ILO 총회는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자가 국제 노동 무대 앞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노사정 대화뿐만 아니라 노·사 대화도 본격화됐다. 이 장관은 “정부는 자발적으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대화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대화는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 노사 양자 등 다양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정 대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는 여전히 정부의 노동 정책이 반노동 성격이 짙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대 쟁점인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서도 노사의 찬반이 엇갈린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을 차등 적용을 넘어 ‘차별 적용’이라고 규정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정한다”면서도 “최저임금법에 업종별 구분 적용이 포함된 배경에는 법의 실효성 강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에 명시된) 업종별 구분을 차별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1919년 설립된 ILO는 세계 경제 변화에 맞춰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정책을 제안하는 국제연합(UN) 내 전문기구다. 설립 이후 작년 10월 기준 190개 협약, 206개 권고 등 다양한 국제노동기준을 만들었다. 같은 해 5월 기준으로 18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로 가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