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한국석유공사의 법정 자본금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추공을 하나 뚫는데 최소 1000억 원이 들어가는 데다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려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과도한 자원개발 후폭풍으로 2020년 말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완전자본잠식은 적자가 누적돼 납입 자본금까지 모두 까먹은 상태를 뜻한다.
현재 석유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13조 원으로 2012년 이후 10여 년째 변함이 없다. 실제 납입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 7877억 원으로 법정 자본금의 약 83% 수준이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에 적극 나서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5번 시추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5000억 원에서 많게는 6500억 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외부 투자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투입 자금은 대폭 줄어들 수 있지만 향후 생산까지 고려하면 석유공사의 재무상태 개선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27~2028년쯤이면 공사가 시작돼 상업적 개발은 2035년 정도에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첫 시추 전이라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결국에는 법개정을 통한 법정 자본금 증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유공사는 올해 12월 말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의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착수비 격의 재원 약 120억 원이 확보됐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내년 이후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진상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늘려줄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의혹을 인정하는 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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