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최근 주식을 액면분할하며 거래 편의성을 높이자 국내 투자자들이 5거래일간 엔비디아 주식을 4400억 원 가까이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곧 미국 나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넘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추가 상승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0일(현지 시간)부터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3억 1541만 7186달러(약 435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해외 종목 순매수 2위인 미국의 비디오 게임 소매 업체 게임스톱(6699만 4478달러)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총 9597만 9032달러(약 1325억 원)어치 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엔비디아만 사들이고 나머지 미국 주식은 3000억 원어치 이상 내다판 셈이다. 엔비디아 효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전체 보유액도 13일 기준 845억 7718만 2118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불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한 것은 이 회사가 10일 기존 주식 액면가를 10분의 1로 분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AI 대장주로 올 들어 급등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거래 접근성까지 높아지자 엔비디아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14일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는 역대 최고 수준인 131.88달러로 시총 규모(3조 2440억 달러)가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3조 2890억 달러), 애플(3조 2580억 달러) 다음으로 많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이르면 이번 주 MS와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다른 종목보다 최근 지나치게 빨리 오른 데다 금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추격 매수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시총이 애플·MS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21일 전에 시총 1위에 등극할지 눈여겨봐야 한다”면서도 “시장에는 엔비디아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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