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빠르면 올해 3분기 말부터 미국 공장에서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공급한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한 고객사 선전에 발맞춰 배터리 현지 생산에 나서는 등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올 하반기 세액공제 혜택 등으로 전기차 수요는 더 늘면서 배터리 공급사인 SK온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배터리 업계 등에 따르면 SK온은 9월 말부터 미국 조지아주 2공장에서 현대차에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미국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배터리를 공급해왔는데 현재 라인 중 일부를 현대차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라인은 앞으로 3개월 내 개조를 마친 뒤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한다.
북미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현대차 전략에 따라 현지 배터리 공급능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 시점을 내년 1분기에서 올해 10월로 앞당기는 등 속도를 내면서다. 이곳에선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향후 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6개 전기차가 생산된다. 연간 생산량은 최대 50만 대에 달한다.
SK온은 이보다 앞서 현지 배터리 생산 체제를 갖추고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산공장 등 다른 생산기지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를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물류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 수요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SK온의 실적 개선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및 생산 확대는 SK온의 공급 물량 확대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K온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1~5월 미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5만 492대로 전년 동기보다 70.5% 증가했다.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아이오닉5는 지난달 미국에서 4449대 팔려 월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선 이러한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대당 최대 7500억 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현대차와 SK온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35GWh)을 조성하고 있다.
SK온은 전기차 수요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SK온은 올 1분기 3315억 원의 영업손실로 9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정기평가에서 SK온 자체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SK온 실적이 가시적으로 개선되고 재무안정성도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 수주잔고는 400조 원으로 110조 원 증가했고 하반기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미국을 시작으로 현대차·기아향 라인 전환이 진행될 경우 전사 가동률 상승과 완만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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