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 격화로 법 개정이 필요한 세제 개편이 불투명해지면서 밸류업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갈등이 첨예한 사안은 물론이고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조차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로 개인 투자 자금을 자국 증시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만큼 양국 증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NH투자증권과 일본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일본의 신규 개설된 NISA 계좌 수는 17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8% 증가했다. 투자 금액도 1조 6000억 엔에서 4조 7000억 엔으로 19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NISA를 통한 투자 금액 47%가 일본 주식으로 유입됐을 뿐만 아니라 성장형 계좌에서는 매수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일본 주식으로 나타났다.
2014년 NISA를 도입한 일본은 올해부터 투자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확대한 신NISA를 도입했다. 신NISA는 적립형(120만 엔)과 성장형(240만 엔) 모두 선택할 수 있어 연간 납입 한도가 360만 엔으로 3배 확대됐다. 비과세 기간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변경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신NISA 세제 혜택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들이 주식시장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수급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ISA는 주식 등 각종 투자 상품을 담을 수 있고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NISA와 유사하지만 비과세 혜택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 정부는 ISA 납입 한도를 연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여당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는 현행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납입 한도를 3000만 원으로 올리는 대신 ISA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여야 모두 ISA 혜택 확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국내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ISA가 해외투자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중개형 ISA에서 국내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비중은 4월 말 기준 19.7%로 지난해 말(4.3%)에서 1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일본에 비해 ISA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한국 ISA 가입자 수는 511만 명, 가입 금액은 25조 3604억 원으로 일본 계좌 2100만 개, 35조 엔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승주 국회도서관 일본 담당 해외자료조사관은 “일본 신NISA는 한국 ISA에 비해 가입 조건이 복잡하지 않고 금융청과 업계에서 홍보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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