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21년 이후 회사채를 대량 발행하는 과정에서 우량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높은 공기업 채권이 쏟아지면서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crowding effect)’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곽준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강원도 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공기업 채권 발행이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한국전력 사례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곽 교수는 “한전 채권 발행량이 1% 늘어날 때마다 신용등급 AAA 이상의 우량채 시장의 거래량이 0.2% 줄었다”고 설명했다.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한전의 채권 발행이 다른 공기업이나 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을 방해한 것이 확인된 셈이다. 회사채 시장에서의 한전채 발행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우량채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 역시 2.643bp(bp=0.0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곽 교수는 공기업 회사채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량 발행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공기업 채권이 국채와 유사한 구축 효과를 시장에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량 발행 시 국채와 함께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한전은 수조 원대의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2021년 6월부터 2023년 3월 사이 약 50조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주로 2~4년 단기물 발행에 치중한 탓에 이 기간 한전채 잔여 만기일의 평균은 7.05년에서 3.61년으로 줄었다. 회사채 시장에서 한전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1%에서 38.27%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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