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민간 급속충전 서비스 사업자 1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채비(옛 대영채비)가 조 원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이달 21일까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PT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비는 이르면 내년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코스닥 상장 가능성이 높지만 외형 성장 폭에 따라 코스피 상장 계획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채비는 2016년 설립된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업자다. 충전기 제조부터 설치, 운영, 사후 관리 등 충전 인프라 전 영역을 서비스한다. 전기차 충전기는 배터리의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 충전까지 약 30분이 소요되는 급속충전기와 4~5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기로 나뉘는데 채비는 지난해 말 기준 8000여 대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하며 민간 급속충전기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미국·일본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확대해 충전기 시장 선두 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도 781억 원으로 전년(537억 원) 대비 약 45.4% 늘었다.
IB 업계에서는 채비의 상장 후 몸값을 1조 원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장 주관사 입찰 경쟁에 뛰어든 증권사들도 대부분 1조~2조 원 사이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6월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으로부터 110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평가된 기업가치는 약 4600억 원이었다. 채비가 앞서 2019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처음 투자를 받을 때 500억 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았음을 감안하면 채비의 성장성에 대한 모험자본의 기대가 매우 높은 셈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9000억 원에서 2030년 6조 3000억 원 규모로 7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6월 우리 정부도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420만 대로 설정하면서 123만 대 이상의 충전기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완속충전기 대수의 10분의 1 수준인 급속충전기 대수를 늘려야 한다. 채비로서는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급속충전 시장은 현재 충전 인프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주요 소비층이 얼리어답터에서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공공 급속충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이 직면한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은 채비가 넘어야 할 고비다.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16만 2507대로 전년(16만 4324대)보다 소폭 감소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수요 둔화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의 경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채비도 지난해 영업손실 188억 원을 기록해 전년(138억 원)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충전 인프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GS에너지는 지난해 말 국내 완속충전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차지비를 인수하면서 GS차지비를 탄생시켰고 LG유플러스(032640)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합작법인 LG유플러스 볼트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