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의 국내 사업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시중은행들과의 금리 경쟁에서 밀리면서 여·수신 모두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올 1분기 가계대출 취급 규모는 25조 769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31조 2663억 원) 대비 17.6%(5조 4964억 원) 줄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올 1분기 취급한 가계대출 40조 19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SC제일은행은 카카오뱅크(29조 431억 원)에 비해 가계대출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1년 새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등에서 낮은 금리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진행 중인 씨티은행은 기업대출마저 1년 만에 급감했다. 올 1분기 기업대출 취급액은 5조 6412억 원에 그쳐 2년 전인 2022년 1분기 9조 136억 원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시중은행들과의 금리 경쟁에서 밀리면서 예금 규모도 빠르게 줄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는 지난해 1분기 32조 5227억 원에서 올해 21조 8934억 원으로 줄며 1년 새 10조 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씨티은행도 같은 기간 6조 6933억 원에서 3조 3272억 원으로 예금 잔액이 반 토막 났다.
외국계 은행들은 더 이상 국내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거나 증권 서비스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얻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이외에도 기존 주력 사업인 기업금융을 꾸준히 확대해 갈 것”이라며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외국계라는 특성을 살려 글로벌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자금 흐름을 관리하면서 상당한 비이자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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