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벤처파트너스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으로 편입 이후 처음으로 모기업과 700억 원 규모 펀드를 공동 조성한다. 벤처캐피털(VC)인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운용사(GP)로서 조성하는 펀드에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은행, 우리금융캐피탈이 출자자(LP)로 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김창규(사진)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펀드 조성을 계기로 다른 계열사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풍부한 자금과 탄탄한 구조를 가진 우리금융그룹에서 출자받은 펀드를 잘 운용해 그룹과 시너지를 중장기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23일 서울 강남구 우리벤처파트너스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우리금융그룹과 협의해온 700억 원 규모 펀드 공동 조성이 7월 마무리된다”면서 “조성 자금은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FI)와 전략적 투자(SI) 모두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VC는 국민연금 등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적 투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대형 금융그룹 산하 VC는 은행 등 핵심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전략적 투자를 하기도 하는데 이번 펀드 또한 SI, FI 모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 산하 VC가 관계사 자금을 출자받아 펀드 운용을 하는 것은 VC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자체적으로 투자 펀드를 조성한 후 계열사 신한벤처투자에 펀드 운용을 맡긴다. 각각 3000억 원 규모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1·2호가 대표적이다. KB금융그룹은 KB국민은행·증권·캐피탈·손해보험·국민카드가 KB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결성한 2500억 원 규모 ‘글로벌플랫폼펀드2호’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모기업을 출자자로 두고 있다보니 이들 VC는 투자 시장이 어려울 때도 투자를 다수 집행해 얼어붙은 시장을 일부 녹이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우리벤처파트너스 또한 이번 펀드 조성을 계기로 모기업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1981년 공기업인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로 설립된 이후 다올금융그룹(과거 KTB금융그룹)으로 편입됐고 우리금융그룹에는 지난해 2월 인수됐다. 3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VC 업계에서는 다수의 투자심사역을 배출한 ‘VC 사관학교’로 불린다. 김 대표 또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에 초기 투자한 유명 심사역 출신이다. 그는 “우리금융그룹과 시너지를 높여 외형과 내실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중장기 비전”이라고 말했다.
올해 벤처 투자 시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김 대표는 주목하고 있는 산업으로 인공지능(AI)과 딥테크 산업을 꼽았다. 다만 그는 “AI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유망한 분야이지만 이 흐름을 이끌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커머스, 플랫폼, 바이오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서도 유망 기업에는 투자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 그는 “VC의 역할은 업황과 무관하게 잠재력을 지닌 기업에 자금을 대는 것”이라며 “올 초 중고차 커머스 기업 헤이딜러에 투자했고, 이런 흐름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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