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0억 원짜리 상품을 생산할 때 늘어나는 일자리가 10개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0년 고용표’를 보면 2020년 총 취업자 수는 2444만 명으로 2015년(2483만 명) 대비 1.6% 감소했다.
이 기간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노동 수요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소비·투자·수출 등이 일으킨 최종 수요는 2525조 9000억 원으로 19.3% 늘었지만 취업자 수는 되레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취업유발계수로 환산하면 9.7명으로 2015년(11.7명)에 비해 2명이 하락했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상품에 대한 최종 수요가 10억 원이 발생할 경우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서비스 취업유발계수는 15명에서 11.5명으로 3.5명이나 줄었다. 공산품이 7.3명에서 6.3명으로 1명 하락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도소매 및 운송 서비스업이 13.4명으로 4.4명이나 하락한 여파다. 정영호 경제통계국 투입산출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유통업이 발달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산출액 10억 원당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취업계수는 5.4명이었다. 2015년(6.5명)에 비해 1.1명 하락했다. 취업계수는 취업유발계수와 달리 상품생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취업자 수만 포함한다.
취업계수 하락은 서비스(10.2명→7.7명)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산출액은 1722조 원에서 2246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1764만 명에서 1737만 명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공산품은 2.0명으로 0.4명 쪼그라들었다. 반면 노동 인력이 필요한 농림수산품은 20.8명으로 0.5명 증가했다. 취업자가 늘어도 산출액(생산액 등)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거나 기술의 노동력 대체로 취업자가 줄어들면 취업계수는 낮아진다. 취업계수 하락은 기술 발달, 생산 시스템 고도화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경우 4차산업에서 고용 창출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하락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 팀장은 “5년 새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2021년과 2022년 수치를 산출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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