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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박정현 성장기업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사업장 안전 유지를 위해 다양한 안내물을 부착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복잡한 안전 수칙을 이해하기 힘들어했습니다.”

최근 만난 50인 미만 중소 제조 기업 대표가 해준 이야기다.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고에서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경찰 발표에 이 얘기가 바로 떠올랐다.

부산에 위치한 이 기업은 모든 생산직이 인도네시아·미얀마·동티모르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표를 비롯한 사무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생산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언어 장벽이 존재해 소통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 수칙까지 완벽히 숙지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급한 대로 정부 지원 사업 가운데 하나를 신청해 영어로 된 안전 사인을 설치하고 매일 아침 영어 구호를 외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실천하면서 이 기업의 대표는 정부 안내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법 자체가 범위가 방대하고 내용이 복잡해 고용주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를 현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매뉴얼도 중대재해법에 명시된 조항만 강조하고 있고, 심지어 안전 관리자를 대상으로 이전 판례를 직접 찾아보고 처벌 수위를 확인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교육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다 지키기 어렵더라도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애타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중대재해법의 빈틈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고도 결국 1차전지에 대한 모호한 안전 기준 탓에 화재 발생 가능성을 신경 쓰지 않아 발생했다. 게다가 사고 발생 이틀 전에도 불이 났지만 크게 번지지 않고 진화돼 그냥 쉬쉬하며 넘겼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 사항을 간과하고 넘기면 언제든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법을 만들고 책임자를 처벌해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지속 가능한 지원이 없으면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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