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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금융 책무구조도와 ‘각자성석’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최근 수원 화성으로 협회 부서장들과 워크숍을 다녀왔다. 정조의 철학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이 깃든 화성은 많은 역사적인 교훈을 선사하는 훌륭한 우리 문화유산이다. 다만 이번 화성 방문의 목적은 조금 특별했는데, 화성의 성벽에 있는 다음 글귀 하나를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각자성석(刻字城石).’ 직역하면 ‘글자를 새긴 성돌’이다. 성벽·성곽을 쌓는 돌에 글자를 새긴 것으로 여기에는 공사 책임자의 이름과 관직 등이 적혀 있다. 담당 책임 구간까지 상세히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공사 실명제’다. 담당자를 명확히 해 책임과 직업의식을 강조하는 제도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공사를 잘했으면 상을 내리고 5년 내 성곽이 무너지면 국법에 따라 엄벌하라는 기록이 있어 각자성석의 의미와 기능을 알 수 있다. 각자성석은 화성뿐 아니라 한양도성, 부산 동래읍성 등 전국적으로 많이 발견되는데 수백 년 전부터 담당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신상필벌을 시행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각자성석은 관리자로서 책임 있는 업무 수행과 조직 관리에 좋은 근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각자성석과 유사한 제도가 국내 금융회사에도 도입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시행되는 ‘책무구조도’가 그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금융회사는 영위 업무의 책무를 누락 또는 중복되지 않게 임원별로 배분함으로써 개별 임원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한다. 그리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은 책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금융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배분된 책무와 관리 의무에 따라 각 임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책무구조도가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현대판 각자성석’인 셈이다.

책무구조도는 내년 1월 은행을 시작으로, 7월부터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권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 협회는 회원사의 책무구조도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연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선진 사례도 연구 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투자회사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개정 지배구조법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용역에서는 증권·선물·자산운용·부동산신탁 각 업권별로 세분화된 책무를 분석하고 책무별 내부통제 관리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각 사의 조직과 상황에 맞게 수정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사전적으로 책무를 분배하는 등 내부통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로 이번 도입을 통해 우리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이 진일보하고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에도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런 좋은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십분 발휘하고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협회도 ‘각자성석’의 자세로 역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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