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쇳가루 날리고 기름때 묻어 있는 뿌리 산업 공장은 디지털 전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뿌리 산업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제조 혁신이 가장 필요한 곳 입니다”
최철호 동양전자공업 대표는 26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공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로봇 도입 등 뿌리 산업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6년 설립된 동양전자공업은 전기차와 산업용 설비 등의 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모터코어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범용 모터 코어 생산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으로 지난해 최고 매출액인 250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모터코어 제작에 필요한 금형제작, 프레스 타발, 다이캐스팅, S/D용접 등 전 공정을 일괄 처리하고 있고, 고효율코어, 브러시리스 모터(BLDC)코어, 분할코어 등 약 120여종의 다양한 금형을 보유하고 있다.
금형 산업은 언뜻 디지털화와 멀어 보이지만 최 대표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한 ‘산업단지 디지털 전환 챌린지’ 프로젝트에 세 번째 주자로 나설 정도로 디지털 전환에 진심이다.
최 대표는 “다른 업체를 방문했을 때 로봇 팔 한 대가 레일이 연결된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3대를 관리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CNC 선반 한 대 당 최소 한 명씩 붙어야 하는데 로봇 팔 한 대가 관리 하면서 인력 문제는 물론 작업환경도 크게 개선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즉시 대당 1억 원이 훌쩍 넘는 로봇 한 대를 구입했다. 생산율 향상은 물론 쇠를 깎고 수백도의 고온으로 쇠를 녹이는 용해로가 있는 등 위험성이 높은 작업장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입한 로봇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로봇 팔이 오면 바로 디지털 공정이 바로 시작되는 줄 알았다”면서 “환경이 공장마다 다르다 보니 로봇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 년 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실제 소재와 제품 형태는 물론 기계 위치에 따라 로봇의 성능은 제각각이었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동양전자공업 특성상 로봇 적용이 더욱 어려웠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로봇 한 대가 안착하는데 2~3년이 걸렸다”며 “하지만 로봇이 도입된 이후 기존 3명이 하루에 3000개를 생산하던 걸 로봇은 4500개 이상을 생산하는 등 생산성이 50% 이상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로봇이 하나 당 10㎏ 이상의 무게를 가진 제품을 운반하면서 작업자의 피로도가 줄어든 것은 물론 안전도 크게 향상됐다.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면서 기존 20~30곳이었던 거래처가 현재 160곳으로 늘었다.
최 대표는 “디지털 전환이 조금씩 이뤄지면서 작업 환경도 깨끗해지고 안전도 높아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기피하는 뿌리 산업이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다 보면 결국 ‘청년들이 찾는 산단’이라는 정부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로봇 등 추가 도입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기업들의 빠른 디지털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제조 공장별 환경이 다른 만큼 산단공 기업이라도 디지털화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해 디지털화 현장 적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비용과 교육 등 일반 제조 공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