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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치]"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중구난방 발표…정책혼란 부채질"

◆고위 공직자 설익은 발언 '논란'

금감원, 상법 개정논의 등 주도

최상목 "경제 사령탑은 기재부"

상속세 두고 용산·기재부 이견

한은·농식품부는 물가 탓 설전

"부처간 소통 부족" 우려 목소리

"국민들 정책 기대감 떨어질 것"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편집인 포럼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금융감독원이 주도하고 있는 상법 개정 이슈에 대해 “금감원장은 법률 전문가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며 “건설적 논의를 위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를 자본시장법 특례 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금감원장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두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30%라는 상속세율 인하 목표를 제시한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의 설명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구난방식 정부 대응이 정책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부터 금융투자소득세, 상법, 농산물 유통까지 법률이나 행정권한이 없는 부처에서 고위 공직자의 설익은 발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은 기재부가 하거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맞다”며 “소관이 아닌 부처에서 정책 발언이 나오면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 투자자설명회(IR)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법상 주주 이익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무조건 도입돼야 한다”고 처음으로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사회 이사들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겠다는 의도였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나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감원에서 이슈를 제기한 것이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배임 소송 문제를 제기하자 이달 14일에는 “배임죄는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이 정부 입장을 대변해 힌트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부처 장관들 대신 금감원장이 정하는 것이냐”며 혼란스러워 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당정 간 내밀한 정책 조율을 거친 뒤 발표해도 여소야대라 추진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소관 부서가 아닌 곳에서) 어젠다를 주도하는 모습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며 “자칫 측근 그룹만 스피커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26일에도 밸류업과 관련한 세제 개편 논의가 이뤄질 때 상속세 완화와 관련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상속세 과표나 세율이 오랜 기간 억눌려져 국민의 상당수가 몇 년 이내에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관가에서는 “부총리가 할 법한 일들”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여당·정부·대통령실도 유기적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분위기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맞춰 30%로 인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지만 이튿날 최 부총리는 “(성 실장의 발언은) 검토 가능한 여러 대안 중 하나”라며 확답을 피했다. 최 부총리는 “성 실장 발언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제정책 사령탑은 기재부”라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20일 진행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기재부는 상속세율을 30%대로 낮추고 유산취득세 형태로 전환하자는 대통령실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염 교수는 “기재부는 지금 세수 부족도 고려하면서 경제구조 개혁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구난방식 정책 토론보다) 면밀한 조율을 거친 뒤 기재부가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식료품 물가를 놓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내 농산품·식료품 물가를 낮추기 위해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한은 물가통계팀은 송 장관이 근거로 삼은 데이터는 국가별 물가 수준을 비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자료를 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부처 간 조율 없이 정책이 나오고 상황을 진단하다 보니 정부 내부의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며 “문제점이 보이고 논쟁이 길어지면 국민들이 정책에 갖는 기대감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정책의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기는 듯한 장면도 나온다. 총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다주택 중과를 페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반도체 지원의 경우 야당이 100조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시했다. 정부안인 26조 원대와 비교하면 ‘통 큰’ 지원인 셈이다. 전직 장관 출신 인사는 “내부적으로 부처끼리 인식이 공유된다고 해도 주무 부처가 아닌 곳에서 여러 얘기가 쏟아지고 나중에 담당 부처에서 결정하는 게 달라지면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과 기업 입장에서는 뭐가 맞는지 헷갈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정제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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