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034730)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8~29일 이틀 동안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포트폴리오의 불합리·비합리·방만 부문을 전부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SK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실적이 떨어지거나 중복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리를 예고한 것이다.
SK는 이번 회의에서 그룹의 전체적인 사업 방향이었던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에 대한 조정을 선언했다. 특히 그린·화학·바이오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사업 축소의 뜻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계속된 투자에도 실적을 내지 못했던 바이오 분야 등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는 이날 지난해 10조 원 적자를 기록한 세전 이익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해 2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2026년 세전 이익 목표는 40조 원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80조 원의 재원 마련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 주요 계열사의 올해 실적 전망치(영업이익)는 SK㈜ 6조 3407억 원, SK이노베이션(096770) 2조 5890억 원, SK텔레콤(017670) 1조 8190억 원, SK스퀘어(402340) 1조 8949억 원 등이다.
SK는 회의에서 운영 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통해 3년 내에 30조 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FCF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에서 세금과 시설 투자 등으로 나가는 돈을 뺀 현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언제든지 빼내 쓸 수 있는 돈인 셈이다. 현재 SK그룹의 부채비율은 91.1%로 삼성(118.8%), 현대차(005380)(93.6%), LG(003550)(103.6%), 롯데(125.8%), 한화(000880)(314.6%) 등 주요 그룹이 비해 낮은 편이지만 이른바 ‘서든 데스(돌연사)’와 같은 위기에 대응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 리밸런싱이 재원 마련의 핵심 키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는 계열사 정리와 사업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이미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82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고 SK㈜ 역시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그룹 전용기 매각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SK의 계열사 수는 219개로 삼성(63개), 현대자동차(70개), LG(60개) 등 주요 그룹과 비교해 과도하게 많다. 이에 따라 향후 계열사 간 합병과 정리, 자산 매각 등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SK 관계자는 “합병 등 논의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고려해 사별로 내부 절차를 거친 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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