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 상반기(1~6월) 수입이 3117억 달러(430조 2400억 원)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6.5% 줄었다. 월별로도 4월(5.4%) 한 차례 반짝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마이너스다. 수출 회복세가 견조하지만 수입 감소세 역시 뚜렷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너지 제품 수입은 10% 쪼그라들었다. 원유의 경우 상반기 수입액이 439억 9000만 달러(60조 7200억 원)로 3.9.% 증가했지만 국내 수요가 늘었다기보다 대부분 석유제품 수출에 따른 원자재 수입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상반기 석유제품(259억 달러)과 석유화학(236억 달러)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8.5%, 5.0% 증가했다.
들여다봐야 할 것은 국내 수요다. 상반기 소비재 수입이 7.7% 감소했다. 6월 한 달만 살펴봐도 17.3% 줄어들었다. 자동차(-39.6%)와 전화기(-6.7%) 수입 실적이 나빠지면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을 끌어내렸다. 플라스틱 제품이 주를 이루는 석유화학제품 수입도 10.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분석실장은 “반도체의 경우 철강이나 자동차 등에 비해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라며 “전체 산업의 수출이 살아난 상황이 아니어서 수출 성과가 경제 곳곳으로 확산되는 데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 실적이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데 시차가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의 수익 확대는 이듬해 임금협상이나 성과급을 통해 근로자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출 성과가 내수로 확산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내수는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매판매는 2월 전월 대비 -3.2%를 찍은 뒤 3월에 1.1% 증가했지만 4월과 5월 각각 -0.8%,-0.2%를 기록했다. 서비스 소비를 추정할 수 있는 서비스생산은 1월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4~5월 들어 상승세가 2.3%로 꺾였다. 경기에 민감한 도소매업 생산은 6개월 연속, 숙박 및 음식점업은 4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경기도 심상치 않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시공 실적을 집계한 건설기성은 5월에 4.6% 감소하고 건설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5.4% 하락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높은 탓에 1분기에도 실질소득이 1.6%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내수가 부진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5월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고금리 탓”이라며 “수입이 감소하는 것 역시 외국 재화·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정책 대응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5월까지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9조 1000억 원이나 덜 걷힌 상황이어서 당국의 재정 정책 운신의 폭이 좁다. 한국은행의 경우 환율 문제로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렵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의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수출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크게 약해지다 보니 거시지표는 좋은데 체감 경기는 나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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