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예방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최대 19달러의 사회적 가치로 되돌아옵니다. 한국이 ‘건강한 노화’를 맞이하기 위해서 의료서비스의 무게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야 합니다”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 GSK대표는 2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대한민국’(2024 Healthy ageing Korea)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럼은 주한영국대사관과 한국GSK가 공동 개최했다. 포럼은 초고령사회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성인 감염병 예방과 국민 건강증진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자로 나선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GSK 대표는 내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건강한 노화’로 진입하기 위한 성인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르가타 대표는 “세계보건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예방접종의 가치는 투자 비용의 19배로 돌아온다”며 성인예방접종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영유아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 부모에게 안도감을 주고 높은 보건형평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왜 성인에게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안전벨트’에 비유했다. 안전벨트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해주듯이 백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백신이 건강한 노화의 중요한 전략”이라며 “어린이에 비해 절반밖에 안되는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예방접종의 목적이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라면 현재는 간접적 효과에 주목한다”며 “현재의 예방접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예컨대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장병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한 의료 손실까지도 낮춘다는 것이다.
항노화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국제롱제비티센터 소장은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언급하면서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싱클레어 소장은 “백신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투자비용의 19배라는 점은 과소평과 됐다”며 “건강한 노인이 많아지면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19배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자들의 건강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환자가 소수인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 때도 희귀질환자 중 일부는 백신 병용 접종 관련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영유아를 중심으로 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및 면역저하자 등에 대한 예방접종에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다”며 정부의 성인예방접종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성인 대상 NIP 확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NIP 도입의 타당성과 유효성, 경제성, 보급·예산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도입이 필요한 백신의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NIP사업은 생애주기별 20종 감염병에 대해 무료로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5가지가 성인 대상 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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