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4명 검사 탄핵 소추안에 대해 검찰 안팎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당한 탄핵”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전직 검사들까지 비판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특히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3일 올려진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 글에는 수십 개의 ‘동조·응원’ 댓글마저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사 회의를 열자는 등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앞서 이른바 ‘추·윤 사태’ 당시 검란(檢亂)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3일 낸 입장문에서 “탄핵 사유가 근거 없음이 명백함에도 억지 논리를 앞세워 이재명 담당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검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불법 행위”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부당함이 명백하므로 헌법재판소는 이를 즉각 기각하고, 법원은 이재명 사건을 신속하게 재판해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사법부의 입법독주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검찰은 민주당의 파렴치한 검찰말살, 검사겁박 행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찰동우회는 검찰 퇴직자들의 친목 단체로, 2012~2012년 검찰총장을 지낸 한상대 전 총장이 9대 회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현직 검사들도 비판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이날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 등을 정리해 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는 현직 검사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댓글이 수십 여 개 달렸다. 검사 탄핵을 비판한 이 총장의 발언을 동조하고, 응원하는 취지다.
본인을 저년차라고 밝힌 한 검사는 “피고인을 위해 담당 검사를 탄핵소추하고 담당 판사를 직접 선출하자는 발언이 공당에서 시작됐을 때에는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법리와 상식에 맞지 않아 코웃음을 쳤다”며 “실제 발언대로 이뤄져 가는 것을 보고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는 “다수당이라는 지위가 초헌법적이고 초법률적인 지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결정들이 다수의 결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탄핵소추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며 ‘방탄탄핵을 멈추라’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주어진 자리에서 본인의 직분을 다한 공직자를 탄핵하는 나라는 누구도 법치 국가로 부를 수 없을 것”이라며 “탄핵이 정치적 무기가 되고 사적 보복의 수단이 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헌법상 탄핵이 망치가 되어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검사는 “(탄핵 소추 대상이)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때와 같은 검사”라며 “사건이 바뀌자 입장을 바꿔 수사팀을 비난하다가 심지어 탄핵까지 하는 것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내부 통신망에서 응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국 (검찰)청별로 검사 회의를 개최해 논의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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