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수적인 중앙은행조차 블록체인 기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돌입할 만큼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혁신 포럼'에 참여한 정유신 서강대 기술대학원 교수는 최근 전 세계 각국이 CBDC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분석했다. 정 교수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할 디지털 화폐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는 CBDC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혁신 포럼은 전통 금융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리플 주최, 카탈라이즈 리서치 주관으로 마련한 행사다.
이날 함께 패널 토론에 참여한 한승훈 우리은행 혁신기술플랫폼 팀장도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이 전세계적인 CBDC 연구개발 추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이 무르익어서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분산원장 기술이 안정화됐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이 현재의 은행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CBDC의 장점으로 해외 송금 절차 간소화와 비용 절감을 꼽았다. 해외 은행에 당좌계좌를 만들고 다수의 서류 절차와 이해관계자를 거쳐야 했던 기존의 해외 송금 과정을 개인 간 개인 거래(PVP)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송금을 진행할 때 미국 규제 준수가 매우 중요한데 자동화돼있지 않아 사람이 직접 처리한다"며 “분산원장 프로그래밍으로 실시간 동기화가 가능하다면 은행 입장에서 굉장히 큰 효과”라고 짚었다.
관련기사
우리은행은 실제로 CBDC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 2021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CBDC 파일럿 프로젝트로 가동하기도 했다. 최근엔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과 주요 기축통화국 중앙은행 등과 함께 추진하는 CBDC 국가 간 지급결제 프로젝트 ‘아고라’에도 참여를 신청,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 팀장은 “지난달 말에 4개 분과와 은행 전문 인력 프로필을 제출했고 내달 9일 참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라며 “아고라 프로젝트의 핵심은 CBDC 공동 원장을 만들고 제도적·기술적 표준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앙은행이 이용자의 결제·송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경우 금융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인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는 듯이 CBDC 도입 역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정보의 무단 활용을 제한하는 엄격한 표준과 관리 기구를 만들어 작동시키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팀장도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실제 이용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CBDC 활용성 테스트에서도 실제 정보가 아닌 CI값만 전달되는 방식으로 이뤄져 안전하다"고 전했다.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CBDC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영지식 증명 활용 공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주제로 발표한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이사는 “거래 내역을 암호화 하고 해당 거래가 검증됐음을 확인해주는 데이터가 함께 저장되도록 하는 제로지식증명(영지식증명) 기술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