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펼쳤던 상반기를 지나 본격적인 하반기에 진입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서학개미가 많아진 가운데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과 통화정책 변화 등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지나 2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머니트렌드 2024’ 행사장은 투자전략의 힌트를 얻으려는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풀어놓은 하반기 시장 전망과 그에 따른 전략을 3가지 이슈로 나누어 핵심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이슈1 : 미국 대선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은 ‘3고(高) 시대 살아남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정리 리스크라고 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앞선 정부 때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오 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법인세 감면과 각종 관세 부과, 반이민정책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다른 양상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해 연준이 금리 인하 경로를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고 진단했습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은 역사적으로 대선 전까지 주식시장이 상승장이었던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서학개미 투자전략’ 세션에서 “미 대선 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대선 직후부터는 미국 경기가 확정 국면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일부 조정 기간을 거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연사들은 하반기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은 3분기부터 1000조 원에 가까운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의 통화량(M2)은 이미 2달 전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에 국채 발행, 금리 인하 등과 겹쳐지면서 하반기부터는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슈2 : 금리 인하
금리 인하는 조정장이 오더라도 약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이벤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어느 시점에 몇 번의 금리 인하에 나설까요?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로 9월을 지목했습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 사업부 이사는 매파(통화 긴축 성향)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발언에 주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매파 중의 매파”라며 “이들 발언의 수위에 따라 한국의 8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가 활황의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는데요.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미국은 40여 년간 민간소비에 의존해 경제를 성장시켜오다 최근 들어 제조업 부흥을 위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며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때 유동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미국 고금리의 가장 큰 취약점은 엔화의 약세”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지금도 예산의 4분의 1을 국채 이자 갚기에 쓰고 있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재정뿐만 아니라 수입 물가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일본과 정책적인 공조를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금리 인하의 원인이 실업률 둔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유의깊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이사는 "통상 실업률은 한 번 오르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거비 상승률이 둔화돼 금리를 내리는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업률 지표가 오른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역시 “경험적으로 미국의 실업률이 4.5%가 넘으면 침체에 빠진 적이 많았고 이로 인한 금리 인하는 모두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실업률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슈3 : So What?
이런 환경에서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래서 어디에 투자하면 되는데?’에 대한 명쾌한 답변일텐데요.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AI 주도주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애플이 최근 ‘AI 비서’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온디바이스 AI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AI 비서가 탑재된 아이폰이 큰 인기를 끈다면 AI를 활용해 수익 모델을 창출한 사례로 주목 받으면서 큰 돈이 몰릴 것”이라며 “삼성전자(005930)의 경우도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저하로 AI 밸류체인에서 소외됐는데 모바일 D램 점유율 1위인 만큼 호실적을 동반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 역시 “지금까지는 AI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I 외에는 원전과 에너지, 화장품, 방산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가 올 3~4분기 단기적으로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면 에너지와 원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국내 기능성 화장품도 인기가 최근 1~2년 새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유럽·미국·남미 등지로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짚었습니다.
염승환 이사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상반기 한미반도체 같은 후공정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내년부터는 전 공정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염 이사는 연내 통과가 전망되는 미국 생물보안법(특정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도 강력한 증시 변수로 꼽았는데요. 그는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시가총액이 큰 국내 바이오주들이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유한양행(000100)·에스티팜(237690)·바이넥스(053030)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등 정치적인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럽산 무기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비슷한 국내 방산 업체들도 조정 이후 다시 큰 상승장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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