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소비가 둔화세를 보이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로지역 경제는 올해 민간 소비 회복의 영향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미국과 유로 지역의 소비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 소비는 재화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다. 미국 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금감했으나 정부의 재정지원과 고용 호조 등으로 빠르게 회복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2010~2019년 장기 추세 수준을 상회하는 국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자동차, IT기기)를 중심으로 재화 소비가 둔화했다. 식료품 등 생필품의 증가세도 약화되면서 소득 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의 소비가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편 서비스 소비는 의료·금융·여가 부문을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소비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3%(전기 대비 연율) 이상 증가하는 등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5% △4~5월 1.2% 등으로 상당히 둔화됐다.
미국의 소비 감소에는 지속된 고물가·고금리와 그간의 소비 상승세를 지지해온 초과저축이 대부분 소진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팬데믹 기간 중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초과저축이 누적돼 왔다. 한은은 이 저축이 올해 3월 경 소진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소비자 심리도 고물가 지속에 대한 가계부담 증대와 최근 실업률 상승 등에 따른 향후 고용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상당폭 약화됐다. 미국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올해 1분기 78.4에서 2분기 71.5로 떨어졌다. 7월에는 66.0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 약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에 관련해서는 자동차와 IT기기 등 주력 수출 품목 증가세가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점유율이 높아졌을 수 있고 수출 경쟁력이 있다”면서 “대미 수출이 급격하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을 지속해오던 유로 지역 경제는 최근 전환점에 도달했다. 한은은 “가계실질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입어 증가 전환 되면서 향후 재화 소비를 중심으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점진적인 통화긴축 완화에 따라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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