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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보다 더 어려운 내부 합병…'황금 비율'이 성패 가른다 [biz-focus]

■SK·두산·한화 '3色 리밸런싱'

SK '배터리 살리기'에 안간힘

이노·E&S 1대2 합병 유력시

에코플랜트 기업공개 염두 포석

에센코어 편입안도 검토 착수

두산은 밥캣·로보틱스로 홍역

1대0.63 결정 뒤 '주주 반발'

방산부문 등 퍼즐 맞춘 한화

에너지 통해 ㈜한화 지분 매입

SK 로고. 사진제공=SK




2014년 9월, 삼성은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했다. 해상 플랜트에 강한 삼성중공업과 설계 분야에 강한 삼성엔지니어링을 합쳐 종합 플랜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1주당 중공업 주식 2.36주를 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2개월 뒤 결과는 실패였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6일 “솔직히 외부 기업 인수합병(M&A)보다 계열사 간 합병이나 병합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단순 금액을 넘어서 이해관계가 그만큼 더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034730)를 비롯해 두산·한화(000880) 등이 잇따라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 있던 사업을 합치고 떼내고 없애는 과정으로 승계부터 효율화, 신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까지 다양한 목적을 두고 있다. 문제는 계열사 간 합병 등을 두고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점이다. 제시한 합병 비율에 따라 ‘실패’ 성적표를 받아 들 수도 있다. 해당 그룹들이 합병 비율 등의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합치고 쪼개고…SK·두산, 승부수 던져=SK그룹은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합병을 논의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SK온의 재무적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을 SK온과 합병시키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한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SK㈜의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시키는 안건 또한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SK㈜ 산하의 반도체 가공·유통 회사인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두산 로고. 사진 제공=두산


두산은 산업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454910)의 경쟁력을 더 키우는 쪽으로 힘을 주고 있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두산밥캣(241560)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두산로보틱스에 힘을 실어주면서 첨단 기계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방산 부문의 재편 작업을 끝낸 한화는 오너 3세가 100% 지분을 가진 한화에너지가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을 9.70%에서 17.7%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화에너지는 24일까지 ㈜한화 보통주 600만 주(지분율 8.0%)를 공개매수하는데, 가격은 최근 1개월 주가 평균 대비 12.9%, 공개매수 시작 전날인 4일 종가 대비 7.7% 할증한 3만 원으로 책정했다.



◇합병 비율, 매수 가격이 관건…주주 반대 넘어설까=관건은 합병 비율과 공개매수 가격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안은 이노베이션과 E&S가 1대2의 비율이다. SK E&S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 희석을 방지할 수 있어 경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 3조 원이 넘는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얼마나 될지가 합병 성사의 관건일 것”이라며 “(합병 비율 1대2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으로 두산밥캣이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4000억 원인 데 반해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90억 원, 영업적자 192억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시가(주가)에 따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5조 원으로 같게 산정됐고 교환 비율이 1대0.63이다. 개편 발표가 나자마자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들이 반발했고 관련 회사의 주가는 요동쳤다. 두산은 15일 “로보틱스와 밥캣을 신속히 합병하겠다”는 공시를 내보내면서 불을 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의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향후 양 사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화에너지의 ㈜한화 보통주 공개매수는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주주들의 반대에 합병 비율이 조정된 사례들도 있다. 포스코는 2023년 인터내셔널과 에너지를 합병할 당시 소액주주의 반발을 수용해 시가가 아닌 순자산으로 인터내셔널의 가치를 평가하고 비율을 산정했다. 동원산업과 삼광글라스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 비율을 조정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화 로고. 사진 제공=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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