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X)에 이어 AI 전환(AX)을 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SW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AI 기술이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돋움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웹케시그룹은 ‘AI 최고재무책임자(CFO)’(가칭) 개발을 마치고 현재 공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AI CFO’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AI CFO는 자금·재무·총무 등 이용자가 명령어로 원하는 정보를 물었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답해주는 AI 어시스턴트(비서)다. 예컨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얼마나 늘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대답을 해주는 식이다.
웹케시그룹은 AI CFO를 비롯한 자사 AI 기술로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 시장에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랜 기간 기업간거래(B2B) 핀테크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웹케시그룹은 2026년까지 기업용 SaaS로 글로벌 고객 2000곳을 확보하고 해외 수수료 매출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국내 B2B 핀테크 분야에서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AI 기술에 투자를 이어온 공급망관리(SCM) 전문 기업인 엠로도 최근 들어 결실을 보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계약을 진행 중인 엠로는 AI로 자재 가격을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SW ‘스마트 프라이스 닥터’ 등이 고객사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엠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고, 국내 대형 정유사와도 물밑 협상 중”이라며 “또 다른 AI SW인 ‘스마트 아이템 닥터’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고 말했다.
솔트룩스는 AI 검색 서비스인 ‘구버’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달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구버는 9월 한국과 미국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솔트룩스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루시아’를 기반으로 한 구버는 단순 검색뿐만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를 기사나 보고서 등 원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솔트룩스는 구버를 통해 B2B뿐 아니라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외에도 더존비즈온이 18일 AI 비즈니스 플랫폼인 ‘옴니E솔’을 출시할 예정이며 영림원소프트랩도 연구개발을 지속해 오는 2026년 AI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속속 AI를 사내 업무와 비즈니스에 AI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SW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W 기업에 비해 업력이 짧고 외형도 작아 지금까지는 좁은 내수 시장에서 특화 솔루션·서비스를 제공했으나 AI 분야는 아직 시장을 선점한 곳이 없는 만큼 발빠르게 대응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SW 기업에 비해 자본력은 열세지만 기술력에서만큼 뒤지지 않는다"면서 "특히 AI는 아직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해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 확산으로 전 세계 SW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7041억 달러(약 971조 원)로 예상되는 전 세계 SW 시장 규모는 2029년 8989억 달러(약 12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한국 SW 시장 규모 역시 올해 100억 6000만 달러(약 14조 원)에서 2029년 127억 1000만 달러(약 18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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