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증권(001510)이 올 들어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며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 정준호 각자대표가 김신 전 대표의 후임으로 새 수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034730)증권의 임원 수는 지난해 말 102명에서 최근 78명으로 줄었다. 1분기에 임원 16명을 해임하고 9명을 선임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7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해임된 임원들의 소속 조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금융, 정보기술(IT)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이 임원 수를 대대적으로 줄이고 나선 것은 급여 지출부터 줄여 추가적인 실적 악화를 막겠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SK증권의 임원 수(102명)는 전체 임직원(900명)의 11.3%에 달했다. 임원들의 총 연봉은 275억 2700만 원으로 전체 임직원 연간 급여(1271억 2600만 원)의 21.7%나 차지했다. 2018년 최대주주가 SK그룹에서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로 바뀌는 과정에서 출자에 나선 일부 임원의 고용을 보장한 결과였다.
임원단 규모가 기형적으로 커지면서 올 1분기 SK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해 영업손실 139억 원, 당기순손실 59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293억 원 손실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에 각종 고정비가 동시다발적으로 회사에 부담을 줬다. 올해 신임 대표가 취임한 8개 증권사 가운데 1분기 당기순손실을 낸 회사는 SK증권이 유일했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최근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잇따라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SK증권이 새 최고경영자(CEO)인 정 대표를 중심으로 당분간 ‘몸집 줄이기’에 더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대표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SK증권을 이끈 김 전 대표의 후임으로 올 3월 취임한 CEO다. SK증권은 현재 조직 관리 부문을 이끄는 정 대표와 영업 부문을 이끄는 기존 각자대표 전우종 대표가 함께 경영하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급여 지출을 줄인 만큼 올해 이익률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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