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1위 콘크리트 펌프카 제조사 전진건설로봇이 구주매출(새로운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기존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는 것)만 활용하는 이례적 공모 구조를 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진건설로봇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의 공모 물량은 총 307만 7650주로 희망 공모가 범위(1만 3800~1만 5700원) 상단 기준 공모액은 483억 원이다. 100% 구주매출의 방법으로 진행되는 공모 물량의 절반은 코스닥 상장사 모트렉스(118990)의 특수목적법인(SPC)이자 전진건설로봇의 최대주주인 모트렉스전진1호의 보유 지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사주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공모 흥행에 부정적이다. 구주를 매출한 대금이 회사가 아닌 매각자에게 돌아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100%였던 IPO는 2017년(ING생명, 삼양패키징(272550))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해 구주매출 100%로 공모 구조를 짰던 서울보증보험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물론,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고 반드시 시장의 외면을 받는 건 아니다. LS머트리얼즈(417200)(구주매출 비중 40%),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50%) 등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전진건설로봇 역시 구주매출 물량의 절반이 자사주라 신주모집처럼 회사로 돈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어 실질적인 구주매출 비중은 50%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 앞선 기업들의 구주매출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서였다면, 전진건설로봇은 이미 모트렉스가 기존 FI의 지분을 모두 사들인 덕분에 상장 조건 중 주식 분산 요건(일반주주 주식 소유비율이 25% 이상)을 맞추기 위해 구주매출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측면도 있다.
다만 최근 ‘옥석가리기’가 현상이 강해진 IPO 시장에서 새내기주의 상장일 주가 급락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노스페이스(462350), 엑셀세라퓨틱스(373110)는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했고, 하반기 ‘대어’로 관심을 모은 시프트업(462870)(공모가 6만 원) 역시 상장일 고점(8만 9500원)을 찍은 후 6만 원대로 주가가 내려왔다. 구주매출이라는 약점을 가진 전진건설로봇에 대한 투심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에 대한 시장 반감을 해소할 수 있는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진건설로봇은 오는 30일부터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다음 달 8~9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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