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의 샅바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 가운데 양산 목표 시기가 2027년으로 가장 빠른 삼성SDI가 치고 나가자 LG에너지솔루션은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머지않은 시점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이온 기반의 배터리를 밀어내고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구체적인 제품 개발 방향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2027년 양산, 공급망도 결정”…전고체 ‘속도전’ 펴는 삼성SDI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샘플을 만들어 고객사에 제공했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조기 출시로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밀도는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 달러(약 370억 원)에서 2030년 400억 달러(약 53조 37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사 가운데 전고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근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양산에 필수인 소재·장비 등의 공급망도 올해 상반기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 부사장은 삼성SDI 내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 부사장은 이날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은) 결정 마무리 단계”라고 재확인했다.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 반고체 배터리 등은 현재 R&D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고체만 가능성이 있어서 사업화팀으로 간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2027년 양산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 “건식 전극 기술 우위, 양산 시점보다 제품 신뢰도 높여야"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산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완성도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우리가 전고체 전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건식 전극 기술을 활용한 전고체 전지 개발은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서는 “출시 시점을 밝히긴 어렵지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모든 일은 2030년 전에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전보다는 제대로 된 개발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성능 전고체 파우치셀 기술, 조립 기술과 공정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누구보다 더 빨리 상업화 이후에 스케일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료 면에서 두 가지 정도는 이미 독자적인 기술 제품력을 가지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보다 높은 이온 전도도를 지닌 조성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자 기술의 고전도성 전해질 소재와 양극재 나노 코팅 기술로 안정성·출력·내구성을 강화해 고급형 전기차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자화한 나노 코팅 기술로 고용량 양극재를 개발한 만큼 높은 안전성과 고용량, 고출력의 배터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고체 개발 대규모 지원 나선 中·日… “韓 1172억원 그쳐, 지원 확대 필요”
‘꿈의 배터리’로 알려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중국과 일본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 역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약 60억 위안(약 1조 127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대한 야욕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을 포함해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등 자동차 업체가 지원 대상이다. 신차 판매량 중 25%가 전기차인 중국이 탄탄한 정부 지원까지 약속하면서 전고체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도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민간과 함께 2030년까지 총 5조 6000억 엔(약 54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했던 일본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한편 향후 다가올 전기차 시장까지 대비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관련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3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11개 기업이 참여한 민관합동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2028년까지 117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형평성을 고려하며 투자 규모와 대상을 정한다고 말하지만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중국과 일본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산업의 확장성을 고려해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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