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철광석 가루와 수소 토네이도가 만나면 '그린 철강'

'탄소다배출 산업' 철강, 친환경 전환 시급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국가적 지원 필요





얼마 전 기후솔루션 분들과 만나 '그린 철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기후솔루션은 지구용에서 이제야 소개하는 게 이상할 정도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 분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인데요. 예를 들어 이날 그린 철강 강의를 맡아 주신 조상훈 팀장님은 한국환경연구원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을 거친 환경&철강 전문가입니다. 어려운 내용인데도 너무 재밌어서 속으로 빵빵 터졌는데 레터로는 그 유머를 살릴 길이 없어 속상할 따름입니다. 최대한 쉽게 옮겨보겠습니다.

‘기적의 환원법’으로 철강 탄소배출 뚝


우선 왜 철강이냐면, 국내 철강산업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가 연간 1억t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 배출량의 39%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산업에서 철강의 배출량 비중이 7%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습니다. 우리나라 철강 생산량 중 70%가 석탄을 태우는 고로에서 나와서, 조 팀장님은 "숨쉴 때마다 탄소가 나오는 산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철강에서의 탄소배출이 줄면 우리나라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잠깐, 고로는 무엇?


포스코 광양제철의 제4 고로. /포스코


높을 고(高)+용광로=고로. 높이 160m에 달하는 초 거대설비로, 용광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부대설비까지 한 세트를 짓는 데 최소한 2조원쯤 듭니다. 철강산업 탄소배출의 50% 정도는 고로에서 비롯됩니다. 2400도의 엄청난 가열(여기서 탄소배출 대략 40%)과 환원(대략 60%)이라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철강 산업은 탄소다배출 산업인 동시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자동차·선박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이 존재하려면 철강이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나라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주요국이 친환경(=탄소 배출이 적은) 철강·부품·자동차·선박 등을 우대하는 상황에서 그린 철강은 정말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 중 하나는 고로를 전기 고로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전기로는 자동차 강판 같은 고급 철을 못 만든다고 합니다. 이미 고급 철을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철강사들한테 퀄리티를 낮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포스코, 현대제철이 철을 만들어서 국내 자동차·선박 회사들에 판매하는 이 훌륭한 공급망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다행히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하이렉스(HyREX)라는 이름의, 수소환원을 활용한 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에요. 가루 철광석을 850도 정도의 뜨거운 '수소 토네이도' 안에 투입해서 산소를 빼앗고 수소는 물이 되어서 결국 철만 남는, 그래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기적의 환원법이라고 합니다. 철강 업계에서는 정말 많이 언급되는, 그만큼 기대감도 높은 기술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을 최대한 간략하게 표현한 그림. /기후솔루션


그린철강 전환, 기업 혼자 할 수 있을까


다만 하이렉스는 이제 막 실험실을 벗어난 기술입니다. 신기술은 보통 실험실-파일럿-데모플랜트-상용화의 단계를 거칩니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하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과 하이렉스 기술개발을 연계해 추진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는데, 여기에만 2조원 정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수소환원제철 설비까지 갖춰서 그린철강으로 전환하는 데는 40조원이 들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이야기입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이명주 기후솔루션 철강팀장님은 "독일의 철강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3500톤)이지만 지원금은 60배"라고 하셨습니다. 미국도 사상 최대 규모의 산업 탈탄소 예산을 배정했고요. 그린 철강으로의 전환에 국가적으로 투자하고 있단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술이 멀쩡히 있는데 돈이 없어서 슬픈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벽하게 개발하지 못했고, 균질하고 안정적인 그린 철강 생산이 가능할지는 해봐야 아는 상황입니다. 조 팀장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포스코가 매년 3800톤을 생산하지만 지난 150년 동안 검증된 기술이기 때문에 품질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안 해봤으니까, 갑자기 이상한 제품이 나올 리스크도 있죠. " 그래서 초기 시장이 열릴 때까지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포스코 스스로도 허리띠도 좀 졸라매고 많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참고로, 아직까지 이런 그린철강 기술을 가진 곳은 몇 없습니다. 우리나라 외에는 독일과 스웨덴 정도입니다. 스웨덴 철강사 사브의 기술은 이미 볼보 트럭(아래 사진)에 적용되기도 했고, 내후년 정도면 실제로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중국은 아직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로 산업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면 중국 서부에서 엄청난 양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초고압송전선으로 옮겨다가 경제·산업이 발전한 지역에서 쓴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거든요. 게다가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전해 규모는 중국이 압도적인 글로벌 1위. 그렇게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투입해 그린 철강을 만들고 친환경을 중시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원하는 물량을 맞춰준다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국이 중국 반도체, 배터리, IT 산업을 막는 것처럼 중국 철강도 제재할 가능성도 충분하지만요.

오늘의 복잡한 이야기를 여기까지 무사히 따라오셨나요? 막연히 탄소다배출 산업을 비판할 게 아니라, 더 자세히 알수록 더 효과적인 비판과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린철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기후솔루션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