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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옆 상업용 빌딩 투자한 미래에셋 대폭 손실

■커지는 해외부동산 손실 공포

2014~15년 워싱턴 ‘대관·로비 거리’ 빌딩 2채 매입

이자 지급·가치 상승 고려 연 8% 수익 자신했지만

코로나19 후 재택근무 일상화·고금리·빌딩값 급락에

워싱턴 빌딩 기초자산 펀드 손실 99%로 EOD 맞아

미래에셋 측 “펀드 2600억원 투자, 잔액 1450억원

EOD 사유는 발생했지만 대주권리 행사 유예 합의”

금융사 매입했던 해외부동산 EOD 발생 이제 본격화

최근 9개월간 EOD 1조 발생, 올해 만기 펀드 11.6조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1801K빌딩. 1801K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1801K 빌딩. 1801K 홈페이지


미래에셋그룹이 연 8%대 수익률을 자신하며 2010년대 중반 매입한 미국 워싱턴DC 소재 오피스빌딩 두 곳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펀드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미래에셋그룹은 5750억 원에 두 빌딩을 사들였는데 지난해 말 가치가 51억 원까지 떨어졌다. 총 5699억 원이 빠져 손실률 99%다. 올 한 해 만기를 맞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11조 6000억 원에 달해 추가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9개월 사이(지난해 9월 말~올해 6월 말)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EOD 발생 규모는 지난해 말 투자 잔액 기준으로 1조 119억 원(11건)에 달한다. 이 중 투자를 주도했던 금융회사와 투자액이 확인된 것은 총 6건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6027억 원으로 최초 투자액(1조 3573억 원) 대비 55.6% 급락한 상태다.

EOD는 투자자(채권자)가 운용사(채무자)에 빌려준 자금을 만기 전에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통상 공실률 확대에 따라 임대료 수입 감소로 대출 원리금을 미지급하거나 자산가치가 담보인정비율(LTV)의 80~85% 밑으로 하락할 때 투자자가 EOD를 선언한다.

개별 투자 건을 살펴보면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의 손실이 특히 크다.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 K스트리트(일명 대관·로비의 거리)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1801K와 1750K가 대표적이다. 이들 빌딩과 백악관 사이 거리는 불과 도보 10분이다. 1801K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해외 부동산 펀드는 올 2월 28일 EOD가 발생, 지난해 말 기준 투자 잔액은 45억 원이다. 2014년 인수 당시 투자액(4500억 원) 대비 99% 손실을 입은 것이다. 1750K의 손실률은 99.5%(2015년 투자액 1250억 원→투자 잔액 6억 원)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로 투자한 금액은 2600억 원으로 빌딩 가치가 지난해 말 기준 1450억 원으로 하락했다”며 “EOD 사유는 발생했지만 대주 권리 행사 유예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한 임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두 빌딩을 매입했다. 이들을 편입한 해외 부동산 펀드도 설정해 그룹사와 외부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시 차입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해도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 건물 가치 상승으로 연 8% 중반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에 고유 계정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부동산 손상차손을 2021년(402억 원)부터 반영하기 시작해 2022년 935억 원, 2023년 1797억 원으로 해마다 2배가량 늘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도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속앓이 중이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이 인수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스트리트20(주거시설)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는 지난해 9월 EOD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 잔액은 668억 원으로 2019년 투자액 840억 원 대비 20.5% 손실을 입었다. 다올자산운용이 2017년 투자한 보스턴의 스테이트스트리트파이낸셜센터(오피스) 중순위 대출 채권의 손실률은 87.6%(1150억 원→143억 원)에 달한다. 이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는 지난해 10월 EOD가 발생했다. 다올자산운용 측은 “이 투자 건은 리파이낸싱을 거쳐 만기가 2025년까지 연장돼 현재 EOD가 아니다”며 “손실률은 수익자가 자체 기준으로 상각한 수치로 보이고 펀드에서는 22% 상각처리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과 제이알투자운용이 2018년 1598억 원을 들여 사들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넘버2더블린랜딩의 손실률은 72.4%(1598억 원→441억 원)다. 올 2월 EOD가 발생했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 EOD 공포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외 부동산 공모·사모펀드 설정액은 79조 1001억 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전체 설정액의 14.7%인 1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2025년(8조 8000억 원), 2026년(9조 1000억 원), 2027년(8조 7000억 원) 등 매년 전체 설정액의 약 10%가 만기를 맞는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격근무의 일상화, 제한적 금리 인하로 해외 부동산 펀드의 추가 EOD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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