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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모녀·신동국, 임시 주총 열어 경영권 확보 나선 배경은 [황정원의 Why Signal]

형제측과 지속적인 소통 시도에도 입장차 재확인

신규 이사 3인 선임해 이사회 과반 확보가 목표

“정체성이 최우선, 해외펀드와 지분매각 논의 안해”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해 글로벌 도약

한미약품 본사.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128940)그룹의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해 한미사이언스(008930)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위한 사전 작업에 시동을 건 셈이다.

29일 제약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대주주 연합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한미사이언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발돋움하도록 다음의 안건을 상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임시 주주총회 의안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것(현재 10명)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선임 등 2가지이다. 모녀측과 신 회장의 지분은 48.19%이며 우호 지분을 더하면 과반이 넘어 임시 주총 개최에는 무리가 없다. 임시 주총은 이번 청구 시점으로부터 약 두 달 뒤에 개최된다.

송 회장와 임 부회장은 지난 3일 지분 6.5%를 신 회장에게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맺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게 돼 ‘오버행’ 이슈를 해소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번 임시주총 소집은 ‘대주주 참여형 열린 이사회 구성’을 통해 한국형 선진 지배구조를 견고히 구축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주력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는 대주주 연합측 7인, 형제측 3인으로 구성돼 있어 현재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았고, 한미사이언스와 관하게 대주주 연합측의 방향에 맞게 독자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너가인 임종훈 대표가 지난 5월부터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형제 측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모녀측이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으로 5명(임종윤·임종훈·권규찬·배보경·사봉관)인 임종윤·종훈 형제측보다 열위에 있다. 따라서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진을 다시 모녀 체제로 짜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의결권공동행사약정 이후 소모적인 분란 없이 경영권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임종윤(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종훈(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와 지속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형제측이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해외 펀드 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해 더 이상의 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임종윤 사내이사측은 앞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화합하게 됐다”는 경영권 분쟁 종식선언을 했지만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3주간 신 회장과 형제간 나눈 대화를 왜곡해 ‘형제들의 경영 참여도 모두 협의됐다’는 식으로 언론에 배포하는 등 신뢰를 깨뜨리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형제측이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해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의 딜에 대한 세부 설명도 전혀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을 지속해 왔으며, 임 이사와 임 대표 형제간에도 소통이 원만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형제측이 자신들이 추진하는 해외 펀드 딜의 실상에 대해서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펀드 딜 성사 시, 1조 원 가량이 유치된다 하더라도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약 2조2000억 원)을 고려할 때 과반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해외 펀드로 실질적인 경영권 이관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지분을 되찾아 와야 하는 시점에는 막대한 자금 조달 부담으로 인해 결국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형제들이 이를 추진하는 배경은 상속세 재원을 확보한 모녀와 달리 향후 납부할 재원 대책이 없는 데다 개인사업 투자 등으로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주주 연합측은 다수의 인터뷰와 소액주주 대표와의 만남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한미약품그룹의 정체성을 영속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향후 해외 펀드와도 지분 매각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26일 소액주주와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신 회장과 송 회장 모두 이 점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주주 연합은 더 이상 그룹의 혼란과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른 시일 내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게 됐다. 복수의 이사를 신규 선임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의 과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려면 한미사이언스 정관을 변경해야 하고,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대주주 연합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48.19%로 국민연금(6.04%)과 소액주주의 힘이 필요하다. 반대로 임종윤·종훈 형제 측 특별관계자 지분은 29.07%로 확실한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통해 신약개발 중심의 진정한 글로벌 한미로 세워 나간다는 것이 대주주 연합 3인의 확고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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