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10여 개 증권사·은행 연합군이 신세계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털이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보통주 131만 6492주) 인수를 사실상의 대출 형태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31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하는 클럽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세부 협상에 돌입했다. NH 외에 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증권사와 은행 다수가 참여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여러 금융사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중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재무적투자자(FI)의 인수금융 대주단이기도 하다.
어피너티와 BRV는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SSG닷컴에 1조 원을 투자하고 지분 30%를 확보했다. 신세계그룹과 FI들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갈등을 빚던 올해 6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지분을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되 풋옵션 효력을 소멸하기로 합의했다. 지분 재매각을 하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해당 지분을 최종 인수해야 한다.
발표 이후 신세계그룹 전략기획실은 직접 다수의 FI들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크레디트 펀드 등 복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증권사 연합과 손을 잡게 됐다.
거래 방식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유력하다. TRS는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 등을 대신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최소 3년, 금리는 6% 수준에서 조율 중이다. 즉 신세계그룹은 증권사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일종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대출과 유사한 구조인 셈이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부동산 등의 유휴 자산 매각 없이도 1조 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금융사들도 재계 11위 신세계그룹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디폴트 부담이 전혀 없이 안정적으로 또박또박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최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알리·테무의 공습 등으로 e커머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점도 작용했다. 어피너티·BRV가 투자에 나설 당시 책정한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 3000억 원 수준이다. 현재 이 가치를 그대로 유지해 조 단위 금액을 넣을 신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11번가 역시 5년 전 2조 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FI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았으나 현재는 매각가 5000억 원에도 원매자가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올해 SSG닷컴 이슈를 풀고 난 뒤 내년에는 SSG닷컴과 G마켓 합병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기업공개(IPO)가 힘든 상황이어서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효율화를 시킨 뒤 추진하는 방향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103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도 1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G마켓의 영업손실 규모도 지난해 321억 원, 지난 1분기 85억 원이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6월 3조 4000억 원을 들여 G마켓을 인수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올 6월 신세계 출신인 최훈학 신임 SSG닷컴 대표, 글로벌 e커머스 업계를 두루 거친 정형권 신임 G마켓 대표로 양 사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또 신세계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JP모건 출신의 제이슨 황 부사장을 영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조건과 방식 등은 정해진 바 없고, SSG닷컴과 G마켓의 합병은 검토하는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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