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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엄셀즈, 율촌화학 배터리 소재 1.5조 첫 계약해지

■2차전지 공급망까지 '캐즘 후폭풍'

배터리공장 신설 중단한 GM

LIB 파우치 공급계약 '백지화'

신규 전기차 생산시점도 연기

완성차업체 잇단 속도조절에

국내 소재사도 출하 하향조정

율촌화학 CI. 사진 제공=율촌화학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율촌화학(008730)과 맺었던 1조 5000억 원 규모의 부품 공급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2차전지 업계가 공장 설립을 늦추거나 계획을 철회한 적은 있으나 배터리 소재 공급계약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2차전지 공급망까지 흔드는 후폭풍을 가져올지 그 여파가 주목된다.



율촌화학은 31일 얼티엄셀즈와 체결한 10억 4202만 달러(약 1조 4872억 원)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LIB)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2022년 9월 해당 계약을 체결한 지 2년 만이다. 율촌화학은 “계약 상대방의 요청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법률 검토 후 위약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율촌화학은 개장 직후 29.90% 내린 2만 110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율촌화학은 과자·라면 등 포장지를 만들어 농심에 납품하던 농심홀딩스의 자회사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뒤 지난해 830억 원을 투자해 파우치형 배터리셀 외부 포장재인 알루미늄 파우치 공장을 증설했다. 얼티엄셀즈와 맺은 1조 5000억 원의 공급계약이 기존 율촌화학 매출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인 만큼 생산 시설을 3배 가까이 늘렸다. 판지 사업 부문을 태림포장에 430억 원에 매각하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 해지로 신사업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번 계약 해지는 GM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계약 취소에 따른 페널티(위약금)를 감수하고 해지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현재 수요 둔화에 맞춰 전동화 전환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GM은 쉐보레의 실버라도 EV와 GMC의 시에트라 EV 등 전기픽업트럭의 생산 시점을 내년 말에서 2026년 중반으로 늦추기로 했다. GM은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미 미시간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도 최근 일시 중단했다. 얼티엄셀즈와 율촌화학의 계약 파기는 바로 이 공장 설립 중단의 여파다. 공장 설립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 소재 공급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배터리 소재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M뿐 아니라 포드·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즘에 따른 후폭풍이 우리나라 공급망으로 번져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짓기로 한 미국 켄터키주 배터리 합작 2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 튀르키예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에 지으려 했던 25GWh 규모의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도 철회했다. 폭스바겐 또한 9일 “전기차 모델 ‘아우디 Q8 e-트론’을 생산하는 브뤼셀 공장의 구조조정 또는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소재 업체 사이에서는 캐즘의 여파가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합 장비 업체 에스에프에이(SFA)는 올해 이미 세 차례 프로젝트 지연 공시를 낸 바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 등 고객사의 현지 공장 건설 지연 등이 원인이었다.

주요 소재 업체들은 일단 생산능력 하향 조정 등을 통해 캐즘에 대응하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손실 546억 원을 기록한 에코프로(086520)는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 하향 및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051910)도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객사의 생산량 조정 계획에 따라 올해 양극재 출하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40%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추가적인 공급계약 취소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확대 등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만큼 11월 미국 대선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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