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커뮤니티가 전반적으로 오만합니다. AI의 한계 같은 질문을 다룰 때는 겸손해야 합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GPT 모델에 한계는 없다”고 단언했다는 말에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와 같이 말했다. “AI 개발자들이 ‘신’을 만든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우려에 그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변화를 예측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벤지오 교수는 생성형 AI의 기틀을 쌓은 입지전적의 인물임에도 챗GPT 등장 전까지 AI가 인간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그는 AI 연구에 있어 무수히 많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과학적이고 엄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AI를 ‘기술’이 아닌 ‘학문’으로 접근하려는 학자의 신념이 읽히는 대목이다.
벤지오 교수는 최근 업계와 학계에서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을 앞다퉈 규정하는 흐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술적 특이점’은 AI가 폭발적으로 진화해 인류의 이해를 뛰어넘는 ‘초지능’이 되는 순간을 뜻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등은 2045년께 특이점이 도래한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벤지오 교수는 “특이점이라는 용어는 기껏해야 은유적 표현에 불과할 뿐”이라며 “과학의 발전과 그 결과물은 안개가 낀 듯 불확실하기 마련이고 기술적 돌파구를 넘어서는 순간은 특히나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 시기에 대해서도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특이점의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람의 지능조차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현 기술 수준에서 AGI의 정의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잘라 말했다. 안전한 AGI를 구축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그는 “인간의 지능처럼 AI의 작동 원리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제대로 된 ‘인공 신경망’을 만들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I가 절대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에 대해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벤지오 교수는 “사람의 뇌를 일종의 ‘생물학적 기계’로 본다면 언젠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AI가 나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사람보다 똑똑한 AI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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