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반덤핑 제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된 석유수지에 대한 덤핑 조사에 나섰다. 석유수지는 도로용 페인트와 타이어 첨가제, 사무용 접착테이프, 잉크 등에 쓰인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위원회는 2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신청한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에 대한 덤핑 여부 조사를 개시했다. 무역위는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중국·대만산 석유수지는 2020~2023년 한국산보다 저가에 판매돼 수입 물량과 시장점유율이 지속 상승한 반면 한국산은 내수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5월 말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며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필요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이 주장하는 덤핑률은 중국산 15.52%, 대만산 18.52%다. 석유수지의 기본 관세율은 8%이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중국산은 무관세(협정세율 0%)다.
국내 석유수지 시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한화솔루션이 양분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9년 말 전남 여수공장의 석유수지 생산시설(기존 18만5000톤)에 1만5000톤 규모를 증설하는 등 총 20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단일 기업 기준 엑슨모빌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었다.
문제는 2020년만 해도 엇비슷했던 한국산과 중국산 사이의 수입·판매가격 차이가 2021년부터 벌어지면서 발생했다. 중국 업체들이 밀어내기식으로 시장에 덤핑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대중 수입량은 2020년 1만 1028톤에서 지난해 1만 7528톤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177억 7500만 원에서 309억 7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출하한 물량은 36%나 급감했다.
중국의 덤핑 공세에 내수 시장을 빼앗긴 한국산 석유수지는 제3국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상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는 2020~2022년 제조원가 급등에도 이를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원인도 저가 중국산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반덤핑 제소 배경에 대해 “중국 등 신흥국이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수요를 무시한 무분별한 설비투자로 초과생산된 물량은 덤핑 수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을 유지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했으나 손실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이어 “피신청 국가로부터의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국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유일한 수단은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조치”라고 덧붙였다.
무역위는 필요시 현지 실사를 비롯한 국내 산업 피해에 대한 조사 후 5개월 내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한 예비판정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이후 최장 7개월간 조사 내용을 추가 검토한 뒤 최종 판정을 내린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저가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국내 석화 업계의 어려움이 큰 만큼 추가적인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무역위는 올해 1~6월 11개국, 6개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중 중국과 얽혀 있는 건은 5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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