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 명예회장의 큰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최근 효성그룹의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이름과 호를 활용한 상표권을 출원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 이사장 측이 조부까지 끌어들여 다시 한번 형제들 간 진흙탕 싸움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이사장 측은 지난달 25일 ‘만우미래재단’과 ‘만우조홍제재단’ 상표권을 출원했다. 만우는 조홍제 회장의 호다. 조 이사장 측은 할아버지의 이름 및 호를 활용한 상표권을 출원하면서도 재단 설립자인 아버지나 효성그룹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재단과 무관한 조부를 끌어들여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재단명에서 한국타이어를 뺄 수밖에 없게 되자 쥐어짜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며 “최근 한정 후견 개시 심판 청구 소송에서 완패한 조 이사장이 싸움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올 6월 서울중앙지법에 재단을 상대로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업계는 △조 이사장의 재단 사익화 △사회복지재단 기능 상실 △조 이사장의 패륜적 소송 반복 등을 소송 제기 이유로 꼽는다.
재단은 1990년 조양래 명예회장의 사회 공헌 의지에 따라 설립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기반금 30억 원을 포함해 총 430억 원을 출연했다. 재단은 이 가운데 160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반면 조 이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재단을 사익화하고 조 명예회장의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재단을 운영해왔다는 게 한국앤컴피니 측의 주장이다.
적은 기부액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 이사장은 나눔재단과 ‘함께걷는아이들’ 재단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함께걷는아이들 재단에 140억 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했다. 반면 조 이사장의 기부액은 2017년 4000만 원이 전부다.
재계에서는 조 이사장의 재단 상표권 출원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조 명예회장의 건강을 걱정하며 최근까지 대법원에 한정 후견 심판 재항고를 했던 조 이사장이 이번엔 아버지가 설립한 재단을 정면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조 이사장의 행보가 안타깝다”며 “향후 나눔재단을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조 명예회장 의지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신설 재단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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