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쓰레기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서비스들이 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에코야 얼스'. 지난 기사에서도 슬쩍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종이팩·캔류·배달용기·페트병·신문지와 A4용지를 택배 기사님이 수거해가는 서비스입니다. 택배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괜찮을까? 싶었는데 반품택배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택배 배송을 하시면서 겸사겸사 집어오니까 탄소 배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코야는 단순히 수거하고 끝이 아닙니다. 훨씬 더 큰 그림이 있습니다. 에코야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HRM의 강경모 팀장님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배달용기, 테이크아웃 컵도 재활용 OK
우선 에코야 얼스는 여전히 분리배출이 애매한 항목들, 예를 들어 멸균팩과 배달용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 햇반 용기 같은 것도 수거합니다. 이론적으로 재활용은 가능한데 물량이 적어서, 분류할 인력이 모자라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품목들입니다. 강 팀장님은 "배달용기의 경우 폴리프로필렌(PP) 단일 소재라 깨끗하게 세척해서 잘 모으면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용자 분들이 정말 열심히 씻고 말리고 떼어서 내놓아 주신다는 후문입니다.
에코야 얼스는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카페·어린이집·학교·종교시설·제로웨이스트숍 등에서도 많이 이용 중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알맹상점에 갖고 간 종이팩류 등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는데 에코야가 목적지였습니다. 참고로, 에코야 얼스는 수거 물품의 무게에 따라 탄소중립실천포인트뿐만 아니라 에코야 앱에서 이벤트 참여·기부 등에 쓸 수 있는 에코야 크레딧도 지급합니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기 십상인 품목들까지 수거할 수 있는 이유는, HRM의 청주 자원순환센터에 광학선별기가 설치돼 있는 덕분입니다. PP, 페트 등 소재별로 빠르고 쉽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기까지 갖춘 자원순환센터까를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HRM이 원래 폐자원 무역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에서 폐지, 폐플라스틱, 폐금속을 모아서 전국 4곳의 자원순환센터(파주, 청주, 경주, 화성)를 거쳐 수출까지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요즘 쓰레기는 귀한 자원이자,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해야 하는 자원입니다. 기업 대상(B2B) 서비스인 '에코야 엔터프라이즈'를 시작하게 된 배경입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의 기간별 물량, 이동 경로, 재활용 물량과 최종적인 탄소절감 수치를 수집해서 환경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2022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에코야 엔터프라이즈의 누적 폐기물 수거량은 약 1939만톤, 재활용량은 1507만톤에 달합니다.
쓰레기는 돈, 그리고 탄소감축의 열쇠
기업들은 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까요? 강 팀장님은 "기업들은 원래 재활용 자원 확보보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에코야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쓰레기 처리에는 비용과 인력이 들고, 하다못해 쓰레기의 양을 취합해서 기록하는 업무도 만만찮으니까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기업들이 점점 쓰레기 감축, 탄소 감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코야 엔터프라이즈가 만들어주는 환경 리포트에도 주목하게 된 겁니다. 요즘 대기업이라면 대부분 발간하는 지속가능성 리포트에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에코야 엔터프라이즈를 이용하는 기업은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동원시스템즈·쌍용C&B, 한솔제지, 유한킴벌리, 삼정펄프 등 20여곳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 한국도로공사, HRM이 손잡고 2개월 동안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음식점에서 종이팩을 3900kg 정도 수거한 적이 있습니다. 공식 협업은 끝났지만 여전히 160개 휴게소에서 종이팩을 보내주고 있다고 합니다. 편리하고, 에코야 얼스 앱에서 탄소중립포인트랑 크레딧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휴게소에 입점한 카페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에는 얼마나 자원순환이 되는지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고, 도로공사 역시 어느 휴게소가 자원순환을 잘 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이득입니다.
결과적으로, 에코야 얼스는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가정에서 모은 폐자원만으로 사업성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미 기업들로부터 대량의 폐자원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에코야 얼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에코야 얼스는 지난 4월에 론칭한 신생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아직 회원수는 3000명이지만 월 600개의 택배가 접수되고 있고, 지금까지 총 8톤을 모았습니다.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라면, 근처에 마땅히 분리배출할 방법이 없다면 에코야 얼스가 좋은 대안일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